10구간-[우두령~궤방령]-'랜턴은 꺼지고..안경은 날라가고..'
♣ '어둠속에서 홀로 남다...'...백두대간 제10구간(우두령~궤방령) 산행기
◈ 산행구간 : 우두령 ~ 바람재 ~ 황악산(1111m) ~ 운수봉(680m) ~ 궤방령
◈ 산행거리 : 10.5km(도상거리) - 지도보기, 전체사진보기
◈ 산행일자 : 2002년 7월 6~ 7일 (무박 2일 산행)
◈ 산 행 팀 : Daum카페 '제일산악회' 백두대간팀
◈ 산행날씨 : 새벽녘...태풍의 영향으로 심한 바람....날이 새면서 맑은날씨
◈ 총소요시간 : 6시간 25분 -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
◈ 구간대별 소요시간
길음역(6일 21:30) - 우두령(7일 02:45) - 2분 - 헬기장(02:47)/준비운동(02:57) - 1시간 20분 - 1030봉(04:17)
- 36분 - 바람재(04:53)/휴식(05:12) - 30분 - 형제봉(05:42)/휴식(05:52) - 21분 - 황악산(06:13)/휴식(06:16)
- 4분 - 헬기장(06:20)/아침식사(07:05) - 27분 - 첫번째 벤치(07:32))/휴식(07:35) - 17분 - 두번째 벤치(07:52)/휴식(07:57)
- 18분 - 운수봉(08:15) - 9분 - 수직동굴(08:24) - 17분 - 여시골산(08:41) - 29분 - 궤방령(09:10)
◈ 산행기
달아네입니다.
이번 산행으로 백두 대간 10구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10구간....총 38개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을
진행하니까....4분의 1정도 온 셈이네요...(물론 그동안 빠진 구간도 있지만요..^^) 지난 9구간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해 이번 10구간 산행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는데....우찌 이런일이...........
태풍 라마순(천둥의 신이라던가요...)이 때맞춰(?) 우리나라를 통과한다기에 무척 맘을 졸이고 있었지요..
혹시나 산행이 취소되지 않을런지....그런데 다행히도 하루차이로 태풍이 지나가고 큰 피해도 없었다지요...^o^
산행은 예정대로 진행되는데 태풍 때문에 산행을 취소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셔서 조금은 아쉽더군요...
우중산행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데....
이번 산행 구간은 우두령에서 궤방령 구간으로 비가 온 다음이라 땅이 미끄러워 내리막길에서 약간은 힘들었지만
산행거리가 짧아 전체적으로 무난했던 산행이었습니다......단...하나만 빼고....
단 하나.........산행도중 중간에서 앞뒤분들과 한참을 떨어져 홀로 가는중에 랜턴이 고장나 무척 당황했었지요...
앞뒤에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랜턴이 고장나고 거기에 안경까지 떨어뜨리니...뵈는건 없구...사방은 조용하구..
길은 안보이고.....그 황당하고 무시무시했던 10여분의 무용담(?)을 함 들어보시렵니까....
들어갑니다요..
1. 길음역 집결.....양재역으로....(7월 6일 21시 30분 ~ 22시 30분)
전부터 헤드랜턴을 하나 새로 장만하려 하다 마침 토요일 오후 여산회 '대장'님의 장비벙개(?)가 있기에 가려했으나
그냥 이번산행은 그냥 기존에 가지고 있던 랜턴을 사용하기로 한다......그런데 그게....그 고생길을 만들줄이야....
여산회 대장 '빨모'님께 빌린 장비를 갖다드리기 위해 이른시간인 21시 정각에 길음역에 도착하니 대장님(제일산악회)께서
반겨주신다. 버스에 내 지정좌석(맨우측 앞에서 세 번째 좌석입니다...^^)에 배낭을 내려놓고 대장님께 양재역에서
합류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여산회 산행출발지인 교대역으로 향한다. 교대역에서 빨모님께 빌렸던
장비를 돌려드리고 오랜만에 만난 여산회분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덕유산으로 향하는 여산회식구들을 배웅하고
양재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하니 정각 10시 30분..다시 만난 대장님과 여러 제일산악회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안에 오르니 의외로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10여분이 산행을 취소하셔서 33명만을 태운 버스가 양재역을 출발한다.
2. 우두령 도착 (7월 7일 02시 45분)
이번 산행에는 여산회 갑빠를 외치는 솔담님, 수호달마님, 양창훈님 세분이 모두 빠지셔서 나 혼자 여산회 갑빠(^^)를
외쳐야만 할 듯 하다.......지난 4구간 산행이후 네명이서 함께 산행한적이 한번도 없다(형들...다음번엔 뭉쳐보자구요..)
우두령으로 가는 버스안...대장님께서 또 '반팔티' 모델을 하라며 일어나라 하신다...쩝...쑥스럽구만..(제발 여러분들 공동구매란에
가셔서 반팔티좀 구입해주세요...저 모델 그만하게요..T.T;;) 호피님께서 지난번 산행때 캔 더덕으로 만든 더덕주를 권하시기에
한잔 마시니.. 캬...기막히다...한잔을 더 권하시기에 얼씨구나 또 받아마신다. ^^ 시장기가 돌아 휴게소에서 간단히 빵으로
요기를 한다. 오랜만에 버스안에서 깨지 않고 한참을 자다보니 새벽 2시 45분 우두령에 도착한다. 우두령에는 마땅히 둘러서서
준비운동할 만한 공간이 없기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산으로 오른다....2~3분쯤 올랐을까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준비운동을 간단히 하고 난뒤 산행이 시작된다.
3. 우두령 ~ 1030 고지 아래 (02시 52분 ~ 04시 17분 : 1시간 25분 소요 - 지체된 시간 10분 포함)
헬기장을 출발한지 5분여...대간구간산행 초기에 언제나처럼 나오는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가파른 길은
아니지만 비가 온 다음이라 땅이 미끄러워 올라가는데 약간은 힘이 든다. 30여분을 올랐을까....드뎌 오르막길이
끝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산행초반부터 랜턴이 조금 이상하다. 접촉이 잘 안되는 듯..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켜져있어도 불빛이 너무나 약하다...그래도 앞뒤분들의 랜턴불빛을 도움삼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능선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김천시의 야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인지
엄청난 바람이 능선길에 불고 있다. 바람이 능선까지 오르느라 흘린 땀을 말려주기에 찬 바람임에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능선길은 가슴까지 오는 잡풀(?)들과 잡목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팔 이곳저곳이 긁힌다...긴팔 입고 올걸...
일행의 중간쯤에서 산행을 하고 있는데 신발끈이 풀러진 느낌이 온다. 랜턴불빛이 약해 신발끈을 다시
묶느라 일행과 쳐지면 안될 것 같아 계속 나아가는데 앞에서 홍탁님도 역시 신발끈이 풀러지셨는지 신발끈을
묶고계신다...다행이다 싶어 옆에서 같이 신발끈을 묶는데 홍탁님.."신발끈이 왜 풀어지는건데...." 흠냐....글쎄요..
산에서 죽은 사람의 혼령이 가지 말라고 붙들기에 산에서 신발끈이 풀러진다는 말이 생각나니 갑자기 오싹해진다.
신발끈을 매는 사이 역시나 한참 뒤쳐져 보이지 않는 후미 몇분을 제외한 일행중간의 맨뒤로 쳐진다.
홍탁님의 5미터쯤 뒤에서 홍탁님의 가시는 방향에 따라 희미한 랜턴불빛을 앞세우고 어렵사리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나뭇가지에 안경이 걸리더니 그대로 벗겨져 버린다...허걱....이런...안경안쓰면 눈뜬봉사나 마찬가진데...
그,리.고....그때....그나마 희마하게 비치던 랜턴마저 완전히 고장난 듯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한다.....이런걸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하나......불빛하나 없는 산속에서 안경은 벗겨지고 랜턴불빛은 나가 버리고 ...............
엎치고 덮치고 거기다가 초친격이다. T.T 당황하는 사이 어느새 앞에 가시던 홍탁님은 보이질 않고...뒤에 후미는
얼마나 쳐졌는지 불빛도 보이질 않고....안경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지 떨어졌는지조차 모르겠다....혹시나 밟을라..
조심조심 땅을 더듬어 보아도 안경은 잡히지 않고...다시 전혀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를 감으로 조심조심 훑어나가기를
여러번....드뎌 나뭇가지 맨끝에 걸려있는 안경을 찾아낸다. 안경테가 나뭇가지에 걸리면서 약간 벌어진 듯하여
손으로 조여주는데 갑자구 '뚝~'하는 소리가 들린다....허걱....안경테가 부러진 듯한 소리다...이런....앞에 가시는
분과 더 이상 떨어지면 안된다는 급한 마음에 약간은 힘을 주어 안경을 만진게 화근이다...무테안경은 고이고이
다루어야 하는데....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안경을 만져본다. 불행중 다행히 테가 부러진게 아니라 안경테가 렌즈에서
벗어나있다. 반대방향으로 힘을 주니 '똑~'하는 소리와 함께 안경이 제모습을 찾는다..."휴~~~~~'
깜깜한 와중에 안경을 쓰니 그나마 낫다. 이젠 랜턴없이 앞으로 나아가느냐...아니면 한참 뒤쳐진 후미를 기다리느냐
결정을 해야한다.....그냥 앞으로 나아가보기로 한다. 그런데....3~40여미터쯤 나아갔을까....허거걱....앞이 막혀있다...
엥? 좌우가 다 덤불이다....길에서 벗어난 것이다....이런...낭패다....갑자기 '조난'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건 왜일까?...^o^;;
다시 조심조심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길을 찾지 못하겠다. 이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조용히 서서 후미를 기다릴뿐....캄캄한 밤 산속에서 홀로 서 있으려니 아까 산에서 신발끈이 풀어지는 이유가
생각나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한 10여분을 기다렸을까....드뎌 저 멀리 희마한 불빛이 움직이고 있다...
'짜잔~' 하고 나타난 고인돌님과 다른 두 여자분.....군대에서 첫휴가를 나와서 부모님을 만나도 이보다 더 반가울까? ^^
고인돌님께 랜턴이 고장났다고 하니 일행의 사이에 끼여가라고 하신다....염치불구하고 그분들 사이에 끼여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도 그게 어찌 내 랜턴불빛보다 더 좋으랴....계속 버벅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여분이 지났는데도 쉬는분들이 없다....휴식시간에 안경과 랜턴을 다시 손봐야 할텐데..쩝...
1030고지 직전에서 저 멀리 1030고지에서 우측으로 꺾인 능선길 아래로 랜턴불빛 여러개가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흠냐....벌써 저기까지 가셨나.....발아래가 보이질 않고 앞에 가시는분을 따라 가다보니 계속 미끄러지고 나뭇가지에
걸리고...힘들다....왜 어제 랜턴을 사지 않았을까...후회막심이다.......04시 17분 아무런 정상표지석이나 팻말이 없는
1030고지에 도착 오른쪽으로 꺾여진 대간길로 나아가는데 뒤에 오시던 고인돌님 외친다..."거기 길 아냐......" 헉...랜턴이
없으니 앞에 분 가는대로만 가다보니 길이 아닌곳으로 가도 그냥 따라갈 뿐이다.... 다시 되돌아와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인
대간길을 5분여 내려가니 드뎌 휴식을 취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게 된다.....
4. 1030 고지 아래 ~ 바람재 (04시 27분 ~ 04시 53분 : 26분 소요)
휴식을 취하며 안경과 랜턴을 손본다. 안경은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랜턴은 아무래도 새걸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을 취하면서 행동식으로.....음....뭐 먹었더라....아.."자유시간" 하나에 행복을 느끼며 바람재로 향한다.
04시 32분..뻘쭘하게 홀로 서있는 전봇대 하나를 지나 또 뻘쭘히 서있는 간이화장실을 지나니 군사도로(임도일수도...)가
나오고 길 건너편에 우뚝솟은 폐초소가 보인다. 아마도 예전의 레이더기지인듯.....그러나 지금은 근무하는이 없이
버려진 폐초소...아니 초소라기보다는 자그마한 군기지이다. 길이 좌,우측으로 나있는데 우측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뜨레모아님의 랜턴을 빌려서 앞을 밝히고 있는데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어 이젠 더 이상 랜턴이 필요없을 듯 하다.
그래도 아직은 어둑어둑한 길... 고인돌님과 앞으로 나아가는데 갑자기 20여미터 앞에 가시던 여자분이 "달구경이나 하죠.."
.....잉? 왠 달구경....구름 때문에 달도 보이지 않는데...흠냐....딴청을 피우시며 멈춰서 달을 자세히 보라는 그분...
왜그러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저 앞에 여자분 두분이 "짠~~~"하고 풀숲에서 튀어(?)
나오신다.....흠냐......아......드뎌 눈치챘다...........거름주고 오셨군요...^o^;; 달을 보라는 건 시간끌기 작전이고...ㅋㅋㅋ
폐초소를 옆으로 끼고 군사도로를 따라 나아가는데 어라....길이 폐초소로 올라가고 있다...좀전의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반대방향으로 군사도로를 따라 200여미터를 내려가다 갑자기 백두 대간 표지기가 있는 왼쪽의
능선으로 오른다. 약간은 내리막인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다 엉덩방아를 찢기도...또 넘어졌다...산행때마다 넘어지니..쩝..
5분여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다 다시 아까 그 군사도로를 만나게 된다. 다시 군사도로를 100여미터 나아가다 왼편아래로
300여미터 아래 바람재 헬기장에서 쉬고 계신 일행이 보인다. 그리고 대간길은 군사도로를 벗어나 바람재로의 급경사길을
내려간다.(혼자였다면 이곳에서 길을 찾지못해 바람재로 바로내려가지 못하고 군사도로를 따라 빙 돌아서 내려왔을듯 합니다.)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옆의 나무를 잡아가며 내려가니 주변에 무릎정도의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바람재에
도착한다.
5. 바람재 ~ 형제봉(05시 12분 ~ 05시 42분 : 30분 소요)
이름처럼 바람재에는 엄청난 바람이 골짜기 아래서 불어온다. 헬기장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쉬다가 날이 밝아옴을 느끼고는
주변의 경치를 보기 위해 헬기장 둘레를 돌아본다.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와 육중한(^^) 내 몸도 잠깐씩 휘청거린다. 서쪽으로
저 아래까지 이어진 큰 계곡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옛 목장터인 듯 나무가 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다. 지도를 보니 역시 아래쪽에
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후미분들이 모두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데 후미분들중엔 우리가 내려왔던 길로 내려오시분들도 계시고
그 길을 찾지 못해 군사도로를 따라 빙 돌아서 내려오시는분들도 있다. 후미분들이 도착하자 먼저 와계시던 분들이 형제봉으로
출발하고 따라서 올라가려는데 길 오른편으로 빨간열매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오호...산딸기다. 산딸기가 많은곳에
뱀이 많이 있다는건 알지만 예전 초등학교때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길에 길주변에 있는 산딸기를 도시락 가득 채워서
집까지 한시간 걸리는 산길(산을 깎아 만들었느니 산길이지만..지금은 포장되었지요..)을 가는 내내 군것질거리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던게 생각나 익은 것 여러개를 따서 지나가분들 몇 개 드리고는 맛을 본다. 음....사실 예전만큼 달콤하진
않다. 하긴 예전엔 시골에 먹을 게 없었으니 산딸기가 참 좋은 군것질거리였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달콤한 군것질거리에
입맛이 길들여져서인지 예전의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약간은 가파른 오르막길...한참을 쉬고 나서인지 조금은 힘이 든다. 앞에 가시던 하늘님, 파랑고래님이
지치셨는지 길을 비켜주기에 앞서 나간다. 05시 30분 바람재 위 첫봉우리에 도착한다. 이제 주변이 훤하게 밝아온다.
능선길을 오르다 다시 급한 오르막길 오르길 5분여....역시 어떤 표지석도 없는 형제봉에 도착한다.(정상 표지석이나
팻말이 없는 봉우리는 지도를 보고 지나온 시간과 주변지형을 보고 판단합니다...대개 맞긴 한데 가끔씩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가까운 거리에 연속해서 나타날땐....좀 헷갈리는게 사실입니다...^^)
# 1 형제봉에서 바라본 황악산(우측 봉우리)
# 2.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6. 형제봉 ~ 황악산 ~ 헬기장 (05시 52분 ~ 06시 13분 ~ 06시 20분 : 28분 소요 -휴식시간 3분 포함)
형제봉에 도착하니 비로소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뒤쪽으로 우리가 지나온 1030고지와 폐초소등이 뚜렷이 보인다.
비온다음날임에도 다행이 안개가 거의 끼지 않아 전망이 좋은 편이다.(덕유산으로 산행가신 여산회님들은 안개밖에
못보셨다니 안타깝네요. 덕유산에서의 조망도 굉장히 멋진데...) 왼쪽으로 저수지 하나가 보이는데 지도를 보니
'이촌저수지'인 듯...(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깐 아니네요...^^ 지도엔 저수지가 나와있지 않더군요...이런 실수도
자주 한답니다. 앞으로 독도법을 제대로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황악산인 듯 하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시간상으로 20분 거리인데....저렇게 먼 거리를 20분 만에 갈 수 있을런지....다시 한번 지도를
자세히 보니....쩝....또 잘못 짚었다...지형상으로 보니 약간 오른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황악산인 듯 하다.
형제봉 정상에서 대구팀의 한분이 주시는 정상주(맥주) 한잔을 얻어마시고 머리 위로 빠른속도로 움직이는 구름들을
보며 황악산으로 향한다. 형제봉에서 약간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다 다시 오르막길을 걷기를 20여분 '황악산'이라 씌여진
표지석이 있는 황악산 정상에 도착한다. 나무에 가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정상표지석(대리석으로 만든 것)을 밟고
올라가니 저 멀리 김천시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표지석 위에 올라가지 맙시다...죄송합니다..) 정상표지석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는 정상 아래의 헬기장에 도착한다.(이곳은 헬기장이 참 많더군요....)
# 3. 황악산 정상...1111m의 황악산 정상.
7. 아침식사(06시 20분 ~ 07시 05분 : 45분)
형들이 항상 버너와 코펠을 가지고 왔기에 라면만 달랑 들고 왔는데...쩝....어쩔 수 없이 차게 식은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담에는 꼭 가지고 다녀야 할 듯...같이 오신분들의 반찬 이것저것을 맛보는 것도 산행의 큰 재미다.^^(담에
10년 자취생활 총각의 요리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ㅋㅋㅋ) 식사후에 정상주로 가져온 맥주캔을 꺼냈는데...
어째 덜 녹은 듯한 느낌이다. 지난 가리산때도 거의 녹지 않아 슬러시맥주 먹느라 속이 얼얼했는데...오늘도 그때보단
좀더 낫지만..그래도 3분의 1정도는 녹지 않은 듯 하다. 아침이라 온도가 낮은 탓인지....시원한 맥주가 오히려
보기만 해도 춥게 느껴진다. 쩝....담엔...적당히 얼리든지....더운 날 낮에 먹든지 해야갰다...
8. 헬기장 ~ 두 번째 벤치(07시 05분 ~ 07시 52분 : 47분 소요 - 휴식시간 5분 포함)
식사후 선두분들이 출발하고 중간쯤에 하늘님, 파랑고래님과 함께 하산을 시작한다.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산행로가 많이 파여 있다. 자갈들이 드러난걸로봐선 어제, 그제 이곳에 내린
많은 비탓에 토사가 많이 씻긴 듯 하다.. 지금껏 다닌 백두 대간길 중에 가장 많이 훼손(인간에 의한 훼손은 아니지만)
된 듯 하다. 07시 32분...대간길에 뜬금없이 공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벤치가 나타난다. 흠냐...김천시에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네.....^^ 그래도 앉아 쉬라고 만들어 놓은 벤치, 그냥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잠깐 쉬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땀을 빼기 위해 땀복을 입고 산행을 하고 계신 '첫키스'님이 합류한다. 대간산행때
첨 뵙는 듯한데...인상이 좋으신 분이다. 특히나 닉이 참 인상적이다...(닉의 내력에 대해 물어보지 못한게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예전부터 닉의 내력에 대해서 보고 꼭 여쭤보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내려가니 또 벤치가 나오고 그곳 벤치에 배낭에 매단 성조기가 이채로운 山音님과 합류해 역시나 아까처럼 벤치에 대한
예의상 휴식을 취한다.
9. 두 번째 벤치 ~ 여시골산 (07시 57분 ~ 08시 41분 : 44분 소요 - 휴식시간 5분 포함)
후미분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여시골산으로 출발한다. 山音님 이곳이 첨이 아니신 듯 앞으로 남은길이 계속 내리막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을 여러번 반복해야고 하신다. 그제서야 山音님을 며칠전 대화방에서 만난 분이라는 기억이 난다.
말씀을 드리니 나의 닉을 기억하고 계신다...고마워라...08시 15분 운수봉(아마도 운수봉인 듯 합니다....)에 도착하여
대구팀 어느분이 가져오신 맛난 수박을 얻어먹고 배낭에 있는 아직 덜 녹아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보리차를 일행들께 대접(?)한다.
운수봉을 지나 나아가는데 山音님께서 대간길 옆쪽에 잘 보이지 않는곳에 나 있는 동굴을 보라며 일행을 이끈다.(08시 24분)
대간길에서 봤을땐 샘터처럼 보였는데 내려가서 보니 샘이 아니라 아래로 수직으로 뚫려있는 지름 1.2미터 정도의 동굴이다.
밑을 쳐다보니 뭔가 동물이 튀어나올 것 같다며 다들 대간길로 올라가려 하신다. 자연적인 동굴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인위적인면이 있는 듯 한데...그렇다고 폐광의 흔적은 아니고......그냥 지나가는 생각에 엣날 6.25때 불발탄을 맞은 자리가
아닐까......(그냥...제 생각입니다.^^) 미스테리한 동굴을 뒤로하고 숲길을 걷는다. 정상에서부터 궤방령까지 능선길을
걷기는 하지만 숲이 우거져 있어 주변경치를 볼 수 없는게 산행의 즐거움을 산정상과 능선에서의 조망을 보는 것에서 찾는
나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대간길이다. 15분여를 나아가니 드뎌 여시골산(이것도 추측입니다. 이 구간에 자그마한 봉우리가
하두 많아서 아직 독도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저에게는 봉우리를 구별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더군요..)에 도착한다.
10. 여시골산 ~ 궤방령 (08시 41분 ~ 09시 10분 : 29분 소요)
여시골산을 지나자 아주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지난번 8구간때 삼봉산에서 소사마을로 내려오는 가파른 내리막길
만큼이나 이곳도 매우 가파르다. 더구나 전날 비마저 내린탓에 아주 조심조심해서 내려간다. 앞에 가시던 파랑고래님은
아까부터 무릎이 좋지 않으시다고 하시더니 결국 스틱의 도움을 받아 내려가시고 버벅(?)대는 하늘님을 보다못한 山音님의
도움으로 내려가신다. 앞에 가시던 남자분..."우쉬~~ 나도 여자로 태어나야지... ㅋㅋㅋ...스틱빌려주지...손잡아주지....^o^;"
가파른 내리막길을 다 내려오니 왼쪽 숲속에서 한분이 카메라에 들꽃을 조심스레 찍고 계신다. (인터넷에 꼭 올려주세요..)
평탄한 숲길을 조금 걷다가 갑자기 탁트인 밭으로 나간다. 버스가 있는곳이 멀지 않은 듯 6시 50분에 이곳에 도착하셨다는
'호피'님이 맨발로 지팡이를 짚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반겨주신다. 그곳을 지나 내려오는데 좌측으로 목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띄는데 소는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데...오른쪽으로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달려 있어 몇 개를 입에 넣어본다.(이번 산행
에서 유난히 산딸기가 눈에 많이 보이더군요...) 다시 나타난 숲길사이로 5분여를 걸어가니 옆으로 차소리가 들리며 도로가
보이고 "백두 대간이 끊어진 현장"이란 푯말을 지나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궤방령에 도착한다.
# 4.짧은 산행이었던 만큼 11시 무렵에 궤방령에 도착...산행을 마무리 짓는다....궤방령에서 가성산으로 오르는 들머리.
# 5. 궤방령 어느 농가에서 잘 익어가고 있는 하우스포도....맛이 기가 막혔다는....
11. 궤방령에서..그리고....자두나무가 유혹했던 점심식사...
궤방령에 도착하니 그 옆에 있는 포도농장에서 산 하우스포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포도 사주신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모두들 포도를 한송이씩 들고 산행후의 피곤함을 달랜다. 오랜만에 먹는 포도인지 그 맛이 여지껏 먹어본 포도중에 최고인 듯하다.
후미분들이 모두 내려오시고 버스는 점심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대장님 이모님댁으로 출발한다. 피곤했는지 그곳으로 가는
30여분을 자다깨다를 반복한다. 잠깐 눈을 뜨니 어디서 많이 본 곳이다....'김천역'이다....김천역....군대시절 휴가 귀영할 때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 부대로 복귀하곤 했다.(사실 집(문경)에서 수원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한번은 중간에 교통사고
때문에 귀영시간을 3분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귀영한적이 있던지라 그 다음부터는 조금 돌아갈지라도 항상 김천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서 귀영하곤 했지요.....) 김천역을 지나 거창방면으로 가던 버스는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어느 중학교교정
옆에 멈춘다. 그곳에서 걸어서 조금 들어가니 집 몇채가 있는 마을이 나오고 그곳의 한 집에 점심식사가 차려져 있다.
아침 10시 반에 먹는 이른 점심식사...그러나 산행후에 먹는 식사는 언제나 맛있다. (나나리님 항상 맛있는 식사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점심식사하기전에 씻기 위해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가니 둑 너머에 많은 물이 흐르는 냇가가 있다. 그리고 물을
가두는 '보'옆에서 몇몇분들이 팬티만 입고 멱을 감고 계신다....ㅋㅋㅋ....여자분들하고 같이 왔어야하는건데....^^
점심식사로 동태찌개, 고구마줄기무침(맞나?), 김치, 도라지...그리고 밭에서 바로 따온 고추가 나왔는데...고추가....
청량초도 아닌 것이 무지하게 매워서 뱉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나를 난감하게 만든다......식사후에 오랜만에 먹어보는 찐감자....
넘 맛있다....찐감자를 설탕에 찍어먹느냐 소금에 찍어먹느냐를 두고 논란이 인다....설탕을 찍어먹는다는 사람은
나와 뜨레모아님뿐....나머지 분들은 모두 소금에 찍어드신단다...그리고 나중에 어느분이 말씀하신 결정적인 한마디..
'설탕찍어먹는 사람은 아직 덜큰거래요.....' 흠냐.....얼마나 더 커야 어른대접 받을까나.....
식사와 곁들어진 막걸리 몇잔에 온몸이 나른해진다. 마루에 누워 자고 싶지만....어른들이 많으시기에 참고 참다가...
그냥 누워 버린다......캬....온세상이 내것같다.....식사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버스가 대기하던 학교 건물아래에 편하게 앉는다.
밥을 먹었더니 역시나...신호가 온다...볼일 보러 학교의 실외화장실로 갔다.. 내부가 참 특이하다 일명 '퍼세식'화장실인데
내부가 무지하게 넓다...그리고 옆칸 사람의 얼굴이 보일정도로 벽이 낮다....쩝....뭐..이래...그런 생각을 하고 볼일을 마치고 바지를
올리는데....옆칸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오신다....헉...그런데...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그렇다면....키가 작은 여.자....다.....
민망할까봐...허리띠도 제대로 매지 않은채 얼른 문을 열고 나온다...(그때 들어오신분 누구신가요...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하네요...^^)
.....학교다닐적 현관에서 신발신고 들어가다 선생님께 걸려서 혼났던 생각을 하며 이름모을 어느 학교현관 아래서 앉아 쉬다가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 6. 오늘 식사는 궤방령이 아닌 대장님 친척분 소유의 어느 농가에서...
# 7. 식사후 후식으로....찐 감자....
# 8. 요건 무슨 꽃인지?
# 9. 요건....'나리'꽃?
# 10. 잘 익은 자두.....몇몇분들이 시골 밭에 있는 자두나무에서 몇개 따먹다 주민들에게 엄청 혼났던 기억이...
# 11. 식사를 했던곳 근처...버스를 세워두었던 학교에서....식사후에 그늘에 앉아 쉬던 곳이었는데...
산행기를 끝내며
이번 산행은 무엇보다도 '준비철저'라는 단어를 다시한번 저에게 일깨워준 산행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젤 후미에 가다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흠냐...두,세시간을 더 어둠속에 혼자 있어야 했겠지요...예전에 산을 첨 오를무렵엔...운동화 신고 옷도 대충대충
입고 오르면서 온몸을 등산복과 등산장비로 휘감은 사람들을 보면.....뭐...저렇게까지 준비하고 차려입을필요가 있나 생각했는데
제가 산행을 많이 하게 되면서....그 필요성을 느끼면서 하나하나씩 장비를 준비하며 산에서의 장비의 중요성을 느끼곤 합니다....
어쨌든...같이 산행하신 님들 모두 수고하셨구요...담 구간때는 밝은 랜턴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