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산행기 - 사진]/경상도의 산

[지리산 종주] - '1996년 가을, 초보산꾼의 지리산 종주기'

 

 

 

 

어렸지만 무모했던 그때 그 시절의 지리산 종주기 올려봅니다.

(사진은 필카로 찍은걸....최근에 스캐너로 스캔한 것인데 당시 카메라 다룰줄도 몰랐고

좋은 카메라도 아니었기에 사진 자체가 별로라 스캔버전도 영 별로네요)

 

 

1996년 10월, 전역을 4개월 앞둔 26개월차 공군병장 두 녀석, 열흘짜리 정기휴가를 나왔습니다.

휴가 나오기 전, 같이 휴가를 나오는 동기녀석과 작당모의를 하다 어디서 들어는 본듯한

지리산 종주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나이또래가 다들 그렇듯 둘다 등산은 거의 해보지 못한 초짜였습니다.

저는 치악산 올라본게 1000m 급 등산의 전부일 정도로 등산에 문외한이었습니다.

 


 

 

# 화엄사 입구 지리산 국립공원 안내도 앞에서...

 

 

 

 

자대가 있는 수원에서 집으로 내려가 하룻밤 보내고 이튿날 배낭을 꾸려 동기가 사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지금같으면야 지리산 종주를 떠난다고 하면 그 전날 산행준비로 바빴을테지만

왕초보산꾼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천하태평,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동기녀석 집에서 잠이 듭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11시. 헐~ 그냥 대충 배낭에 쌀이랑 김치 조금, 통조림 몇개 넣고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예매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다행히 오후 1시 40분 구례로 가는 무궁화호 표를 구해 특실에 올랐습니다.

수원역을 지나 얼마 안가 근무하던 부대 내부로 기차가 잠깐 통과하는데 멀리 보이는 내무반을 보며 동기녀석 왈..

 

'*뺑이쳐라 이넘들아~ 나는 놀러간다'

 

외치며 낄낄댑니다. 나중에 누가 더 뺑이치게 되는지 모르고 말입니다.

대전을 거쳐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깜깜한 밤. 그제서야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조금은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오긴 왔는데 뭘 어찌 해야 할지 계산이 안서는 상황. 그리고  처음 와보는 낯선 동네, 낯선 전라도 사투리, 괜히 주눅듭니다.

 

 

우선 구례구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구례로 갑니다. 일단 구례까지는 왔고.. 그런데 지리산은 어떻게 가는거지?

이때 '모를땐 무작정 파출소로 가면 된다'고 동기녀석이 말합니다.

초보산꾼들, 무작정 파출소로 쳐(?)들어갑니다. 한밤중 두명의 초보산꾼의 방문에 약간 놀란 표정의 경찰관.

하지만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는 정말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십니다.

 

'지리산 종주란 말이지 ~~~~~~~~~~~~~~~~~다.'

 

그리곤 직접 화엄사 입구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예약까지 해주시네요.

 

'여기 우리 동상들이 서울서  내려왔는데 좀 싸게 해주시요잉~'

 

등산객으로 위장한 두명의 공군병장,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습니다.

다시 구례를 찾을 때 꼭 그 경찰관 아저씨를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무한 감사인사를 건네고 화엄사 입구 민박촌에 도착, 만오천냥이란 저렴한 가격에 독채 한채를 전부 빌립나다.

뚝딱 간단히 차려낸 저녁식사를 하며 주린 배를 채우고나서 샤워를 한뒤 

민박집에서 나와 개폼 잡고 사진을 찍으며 근처를 돌아다닙니다.

 

 

 

 

 

# 화엄사 앞 민박지구의 무슨 이정표 앞인데..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화엄사 계곡으로 올라가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지만 거대한 지리산의 산세에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잔뜩 주눅이 들어버립니다. 고로 계획을 수정, 화엄사 대신 성삼재를

출발지로 선택합니다. 하지만... 한시간에 한대 있는 성삼재행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는

지나가는 트럭, 경운기를 차례로 얻어타고 어찌어찌 성삼재에 이르는 도로 입구까지는 도착합니다.

한시간을 기다려 성삼재행 버스를 타야하나 싶은 순간, 도로변에 주차해 있는 관광버스에 동기녀석이 다가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찬 관광버스 기사님께 성삼재까지 태워주십사 부탁드려봅니다.

기사아저씨 曰

 

'할머니들한테 물어보고 괜찮다하시면 타~'

 

물론 할머니들은 젊은 총각들 탄다고 좋아하십니다.

대신 앞에 나가 노래 부르며 재롱을 부려야 한답니다. 어느 할머니는 제 손을 꼭 붙잡고는 자기 손녀가 서울에 있는데

산에 가지 말고 이 버스 타고 같이 서울 올라가서 자기 손녀랑 사귀어보는게 어떻냐 물어보십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때 같이 서울 따라 올라갔으면 인생이 달라졌을라나?

 

 

 

 

 

 

# 시암재 휴게소에서.

 

 

 

 

 

 

관광버스는 시암재 휴게소에 잠시 정차합니다.

우와~ 지리산 단풍이, 아니 그냥 산의 단풍이라는게 이렇게 아름다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산세의  웅장함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우와~ 우와~~~~~'

 

 

 

 

 

# 시암재 휴게소에서. 우측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아마도 만복대겠지요.

 

 

 

 

 

# 시암재 휴게소에서. 청바지에 니트라. 지금 기준으로 보니 가장 삼가해야할 등산복세트구만요.

 

 

 

 

 

 

# 시암재 휴게소에서. 깎새(이발병) 김일병이 열외병장 휴가나간다고 정성스레 깎아준 머리 맘에 들었고..

 

 

 

 

 

 

 

 

# 웅장한 산세, 깊은 계곡, 지금껏 보지 못했던 풍경에 감탄사만 나옵니다.

이런 맛에 산에 다니는구나 내 인생 처음으로 깨닫게 된 시점이리라.

 

 

 

 

 

 

# 서울로 같이 가자던 할머니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성삼재 휴게소를 출발, 노고단 산장으로 향하며

초짜들의 지리산 종주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 개폼잡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신발 신은채로 올라갔네요. 반성합니다.

 

 

 

 

 

 

# 지금은 개방중인 노고단 정상 일대가 완전히 출입금지로 묶였던 시절, 노고단 고개에서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주머니에 넣어둔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린것도 몰랐던만큼 카메라,사진에도 역시나 무지했었지요..

 

 

 

 

 

 

노고단 고개까지 가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좌전방으로 거대한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습니다. 반야봉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엔 반야봉이 천왕봉인줄 알았습니다. 그정도로 산에 무지했습니다.

반야봉 우측 뒤로는 저 멀리까지 능선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멀리, 아주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설마 저게 천왕봉은 아니겠지?'

 

맞아요. 그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이었습니다. 

너무나 몰랐고 부족했습니다. 지도 한장 챙겨오지 못한 초보들.

산아래 기념품점에서 산 손수건에 그러젼 지리산 개념도(?)가 우리가 준비한 지도의 전부였습니다.

그냥 할머니들 따라 서울 올라갈걸 그랬나?

그래도 동기녀석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출발'을 외칩니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예든동간에 가는데까지 가보자~

 

 

 

 

 

# 노고단 고개를 출발하며~

 

 

 

 

 

 

# 여긴 어딜까?

 

 

 

 

 

 

# 여긴 돼지평전 부근인것 같기도 하고..

 

 

 

 

 

 

#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너무나 힘이 듭니다. 등산이란게 이렇게 힘든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당시엔 행동식의 개념도 없었지요. 그저 쌀과 김치, 통조림 몇개가 우리가 가진 식량의 전부였으니 말입니다.

(가볍고 끓여먹기 쉬운 라면을 왜 안챙겼는지 지금까지 미스테리입니다.)

배가 고파 힘이 딸리지만 뭐 먹을게 없습니다. 산에선 먹는만큼 간다는걸 미처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늘의 목표지점? 그런것도 없습니다. 그냥 가는데까지 가는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무모했습니다.

손수건의 개념도를 보니 뱀사골 산장에서 멈추어야 할것 같았습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예약제는 아니었기에 

숙박엔 문제 없었던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수 있었지요.

 

암튼 첫날 진행한 구간이 성삼재에서 뱀사골산장이라니, 지금 기준으로는 '기어갔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요즘같아선 성삼재에서 출발하면 첫날엔 못가도 세석,

좀 일찍 출발하면 장터목까지도 충분히 갈 시간인데 말입니다.

 

 

둘다 말년병장인데다 보직도 총무병, 관제병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보직이다보니

강인한 군인아저씨는 간데없고 저질체력에 허덕이는 공군병장 두녀석이 지리산 능선길에서 고행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와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뭐라도 먹어야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배낭을 뒤져보지만 행동식으로 먹을거라곤 '스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그 차갑고 짜디짠 스팸을 걸신들린마냥 허겁지겁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 노루목 고개에서. 차가운 스팸을 허겁지겁 먹은 직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동기녀석의 안색이 좋지 않네요.

 

 

 

 

그렇게 허겁지겁 찬 스팸으로 배를 채우고는 노루목 고개를 출발한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요.

동기녀석이 잠깐 쉬고 싶다고 합니다. 쉽니다. 그런데 앉고 싶답니다.

배낭을 벗고 앉습니다. 그러더니 눕고 싶답니다. 응? 그제서야 그녀석의 안색을 살펴보니

허걱? 이녀석의 안색이 너무나 창백합니다. 얼굴을 만져보니 얼음장입니다..

손을 만져보니 마찬가지입니다.. 이녀석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뭐야? 야~ 왜그래?'

 

한번 누워버린 동기녀석은 일어날 생각을 안합니다.

 

'추워~ 추워~'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녀석이 헛소리를 내뱉더니 서서히 의식을 잃어갑니다.아무리 흔들어도 꼼짝을 안합니다.

미안하지만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쳐도 깨어나질 않네요.마침 지나가는 몇몇분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기에 여차저차한 상황이라

말씀드리니먼저 내려가서 뱀사골 산장에 상황을 알리겠다 하시네요. 말씀만이라도 고마웠습니다.그분들이 떠나고 계속해서

동기녀석을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요지부동. 아... 이렇게 사람이 가는건가 싶은 불길한 생각이 엄습합니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이젠 더이상 지나가는 등산객도 없습니다.이녀석을 업어서 뱀사골산장까지 가야하나? 

하지만 이녀석 덩치가 저보다 조금 더 큽니다. 게다가 의식없는 사람을 옮기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예전에 경험해본적이

있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눈물이 날것 같은 상황에서 어디선가 조폭같이 덩치가 우람한 예닐곱명의 등산객들이

지나가며 무슨일이냐 묻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이 녀석이 꼼짝도 안한다~ 좀 도와주세요'

 

 

리더인듯한 분이 들것을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뚝딱뚝딱 주변의 나무를 자르고 모포를 이용해 즉석에서 들것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곤 네명이서 이 녀석을 들것에 실어 운반하기 시작합니다. 또 눈물이 날것 같았습니다.

좀전의 암담함의 눈물이 아니라 고마움의 눈물입니다.그분들이 들것으로 동기녀석을 나르는 동안

저는 그분들의 배낭을 들고 쫓아갑니다.와~ 근데 배낭무게가 엄청납니다. 뭘 이렇게 많이들 가지고 다니시는지..

그래도 힘든 내색을 할수는 없었습니다. 낑낑대며 제 배낭 포함 배낭 두개를 들고 화개재로 내려가는데

아래쪽에서 거센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고 계신 뱀사골 산장지기와 만납니다.

좀전에 내려오신 등산객이 조난신고를 하셨다고 하네요. 

초보산꾼, 여러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칩니다.

 

화개재에 이를 무렵, 아~ 동기녀석의 안경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쓰러진 자리 바로 옆 바위 위에

올려놓은게 생각납니다. 젠장~~~~~ 다시 노루목까지 되돌아가서 안경을 찾아 내려오니 어느새 해는 서산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얼마 뒤 우리 초보산꾼을 살려주신 전남대체육학과 팀과 합류, 뱀사골산장에 안전하게 도착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원래 그분들은 연하천 산장까지 가려다가 저희를 도와주느라 뱀사골산장에서

1박을 하게 되셨지요. 지금 어느 하늘아래 살고계신지 모르겠지만 생명의 은인인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올립니다.

 

 

 

 

 

 

# 안경 찾으러 다시 노루목까지 뛰어올라온 김에 사진 한장 남겨 보았지요.

 

 

 

 

 

 

뱀사골 산장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기녀석.

그래도 궁하면 통하는 법이라고 산장에 계신분들 중에 수지침(?)을 배우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손에 맡겨진 동기녀석, 머리, 발바닥 등등 온몸 이곳저곳 침을 맞고는 잠시 후..

큰 트름 한번 내뱉더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참말로 신통방통한 일입니다.

침을 놓으신 아주머니.. '뭐 찬거 먹은 적 있어요?'

와. 명의시네요. 쓰러지기 직전에 차가운 스팸을 먹었다 하니

추운 날씨에 찬 음식을 먹어 급체가 온거라 하시네요.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고 둘다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시장기를 느낍니다.

늦은 시각, 빈약한 우리의 저녁식사가 차려집니다. 그걸 본 수지침 아주머니 일행들

 

'산에 올땐 무엇보다 먹거리를 풍족하게 준비해야 해요'

 

그리곤 직접 끓인 된장국과 밥을 가져다 주십니다.

펑펑 울뻔 했습니다.

 

그날 어려움에 빠졌던 초보산꾼 두녀석을 구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 뱀사골 산장에서, 빈약한 저녁식사를 차리는 중.

 

 

 

 

 

 

이튿날 아침, '너의 이 몸상태론 천왕봉까지 가긴 무리이니 뱀사골로 하산하자'는 저의 주장과

괜찮으니 끝까지 가겠다는 동기녀석의 주장이 충돌, 서로 티격태격, 결국 동기녀석의 주장대로 천왕봉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합니다.

 

 

 

 

 

# 셋째날, 아침 7시 뱀사골 산장을 출발하며.

 

 

 

 

 

 

전날 급체의 후유증인지 동기녀석은 많이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냉정하게 앞서 빠르게 걷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지만 당시엔 '니가 무리하게 내린 결정이니 내가 가는 속도에 알아서 맞춰 쫓아와라~'

이런 생각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좀 많이 미안하네요. 

 

 

 

 

 

# 명선봉에 도착했습니다. 힘겨운 와중에도 이정표에서만큼은 꼭 도장을 찍고 갑니다.

 

 

 

 

 

 

# 명선봉을 지나 안개낀 연하천 산장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하나에 1,000냥짜리 초고가 초코파이 하나씩 사먹습니다. 와~ 꿀맛이데요.

훈련소에서 먹던 초코파이 맛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서서히 지리산의 웅장함에 매료되어 가는 두 초보산꾼.

 

 

 

 

 

 

# 여긴 또 어디인가 싶은데 11년 뒤 지리산 종주시에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었네요.

 

 

 

 

 

 

# 하루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를 맞으며 초보산꾼들 지리산 종주를 이어갑니다.

 

 

 

 

 

 

그래도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동기녀석의 몸상태도 회복되어 여유로운 산행을 하게 됩니다.

전날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 전남대 체육학과분들과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세석산장까지 그들과의 만남은 계속되었는데 이는 초보산꾼에게 심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기도 했지요..

 

 

 

 

# 이어폰을 낀채 산행을 이어가는 건방진(?) 두 초보산꾼

지금처럼 휴대폰도 아니고 MP3플레이어도 아닌 Sony or Aiwa 카세트 플레어어로 음악 듣던 시절이죠.

군대에서도 저 물건은 용인해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 계곡을 넘실대는 운무, 초보산꾼들에게너 그저 신기할 풍경입니다.

 

 

 

 

 

 

#남쪽 산그리메. 좌측 멀리 보이는 산이 하동 금오산인가?

 

 

 

 

 

 

# 형제봉을 지나고..

 

 

 

 

 

 

명선봉, 연하천산장, 형제봉을 차례로 지나고 왠 별장같은 건물이 나타나데요.

당시엔 이 건물이 산장인줄도 몰랐더랬습니다. 산에 왠 별장같은 건물이 있나싶어

신기해했을뿐이지요.

 

 

 

 

 

# 벽소령 산장을 지나며.

 

 

 

 

 

 

# 몸상태가 좋아지니 점점 여유를 부리며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진행합니다.

 

 

 

 

 

 

# 여긴 아마도 덕평봉인 듯 싶습니다. 노고단에서 그토록 멀게만 보이던 천왕봉이 그리 멀지 않았고

그 아래쪽에 하얀색의 장터목 산장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 천왕봉이 가까워지고 오늘 밤 머물게 될 산장이 보이기 시작하니 힘이 납니다.

 

 

 

 

 

 

# 지리산을 숭배하게 된 초보산꾼

 

 

 

 

 

 

#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던 지리산의 가을 풍경.

 

 

 

 

 

 

# 이젠 돌아온 길을 되돌아볼 여유까지 생긴 두 초보산꾼. 뒤로 구름걸린 반야봉이 보입니다

 

 

 

 

 

 

덕평봉을 지나니 샘터가 있네요. 선비샘이었습니다. 지금은 장거리 산행시 물을 많이 챙기거나 미리 샘터를 파악하고 가지만

당시엔 그런 것도 몰랐습니다. 다른 능선길에 비해 임걸령, 연하천, 벽소령 등등 능선상에서 비교적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지리산이었던게 그나마 초보산꾼에겐 천만다행한 일이었지요.

암튼.. 샘터를 만났으니 밥을 해먹어야겠지요. 햇반도 없던 시절, 버너에 밥을 해먹어야만 하는 상황.

선비샘 주변에서 밥을 해먹는 여러팀이 있어 우리도 그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아 밥을 해먹기로 합니다.

(아무 장소에서나 밥을 해먹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더구나 가을철 화기사용은 삼가해야겠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그 시각 우리에게 남은 식량은 딱 한끼분의 '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하루 이상을

더 지리산에 머물러야 하는데 큰일이다 싶었지요.  우지됐든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당장 배가 너무나 고팠습니다. 선비샘 한쪽 구석에서 남은 쌀을 탈탈 털어 밥을 하고 된장국을 끓여 

최후의 만찬을 즐깁니다. 그리고.... 식량은 동이 나 버렸습니다. 뭐 무슨 수가 있겠지~

 

 

 

 

 

# 칠선봉에서.

 

 

 

 

 

 

# 그때나 지금이나 영신봉 오름길은 꽤 힘든 오름길입니다. 힘겹게 영신봉에 오른 후

촛대봉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남겨 봅니다.

 

 

 

 

 

 

# 영신봉을 지나 눈앞에 나타난 세석산장은  동화책에 나오는 산속 오두막집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이었습니다.

초보산꾼에겐 그저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할뿐이었습니다.

 

 

 

 

 

# 세석산장을 지나 촛대봉 오름길에 세석산장을 배경으로 셀프타이머샷~

 

 

 

 

 

 

그땐 촛대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이 왜 그리 길게만 느껴지던지..

그 길지 않은 오름길을 몇번을 쉬면서 겨우 촛대봉에 올라섭니다.

당시 기억으로,  2007년에 지리산 종주시 지리산 초행길이었던 동행인에게 촛대봉 오름길이

무척 힘들거라 이야기해주었는데, 에게~ 세석에서 10분만에  별 어려움 없이 올라버렸네요.

정말 그때는 슈퍼울트라 초보였나봅니다. '봅니다'가 아니라 초보였었죠.

그래도 나름 현역 군인 신분이라 어느 정도 체력은 있을줄 알았는데

역시나 말년 병장의 체력은 민간인의 체력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 촛대봉에서.

 

 

 

 

 

 

# 여긴 연하봉인가? 시나브로 구름에 휩싸인 능선길,

지리산 최고 절경이라는 연하선경 느껴볼 틈도 없이 연하봉에 도착합니다.

 

 

 

 

 

 

천왕봉에 가까워지면서 안개비가 흩뿌리나 싶었는데, 구름이 능선을 넘어가는거였습니다.

능선 바위 위에 올라 산아래 계곡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밀려 올라오는 하얀 구름들을 보니

신기함 보다는 경외심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저희에게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을것이 분명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구름을 헤치며 능선길을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구름이 지나가며

그렇게도 멀게만 보이던 천왕봉이 지척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 장터목 산장 도착 직전, 제석봉(左)과 천왕봉 정상부(右)가 구름 너머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장터목 산장은 신축공사중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낡은 舊장터목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도 추억거리라 하겠네요.

우리들의 잠자리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이젠 먹거리가 걱정이더군요. 물론 산장에서 라면을 2000냥에 팔긴 했지만

당시 군인 월급(연봉 12만원에 보너스 400%이던 시절)으로는 당장 다음날 집에 갈 차비도 빠듯한 처지라

함부로 사먹을 수도 없고, 쌀은 없고, 그냥 유일한 먹거리인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데 동기녀석이

잠깐만 기다려 보라데요. 이녀석이 뭐할려구 그러나 싶었는데, 잠시 후 나타는 동기녀석의 손에

깨끗하게 씻겨진 쌀 한봉지가 들려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디서 난거냐 물어보니.....

당시엔 산장 앞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텐트 중 어느 텐트 앞에 놓여진

쌀봉지를 슬쩍 했다는 겁니다. '야~ 이거 완전 범죄야..' 라고 뭐라하긴 했지만

우리의 코펠에 담겨진 그 쌀은 아주 맛나게 익었고..밥맛도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습니다.

시장기를 달래고 무척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장터목 산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배정받아(당시엔 예약제가

아닌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정받았지요. 산장 밖에 텐트치고 야영하던 분들도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누워보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제대로 눕기조차 힘들 지경이었지요.

게다가 2층엔 대만인지 중국인지 중국어를 쓰는 단체 등산객분들의 고함에 가까운 대화가 

줄창 이어져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한채 장터목 산장에서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 장터목 산장에서,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무리한 동기녀석 몸져 누웠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다들 천왕봉 일출을 본다고 서둘러 장터목 산장을 떠납니다.

우리 초보산꾼들도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나가자 마자 이게 뭐야??? 10월 말, 지리산의 새벽이 그렇게 추운 줄 몰랐습니다.

어찌나 춥던지 도저히 천왕봉으로 가지 못할 것 같아 포기하려는데

컨디션 회복은 동기녀석은 천왕봉 일출을 봐야겠답니다.

 

옷도 부실하고 몸도 안좋은 녀석이 자꾸만 무리수를 던지가 화가 나데요.

결국 사람들 많은 장터목 산장 안에서 티격태격 목소리 높여 말다툼을 벌입니다.

다들 쳐다봅니다. 결국은 동기녀석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런데 제석봉을 향한 발걸음을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기녀석 슬그머니 꼬리를 내립니다.

추위도 추위인데 새벽녘 귀곡성을 울리며 몰아치는 바람에 이 녀석도 잔뜩 쫄아버렸는지 도저히 안될것 같다고 하네요.

결국 다시 산장으로 돌아가 눈을 붙이고 해가 중천에 올라서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2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쓴맛단맛 같이 겪으며 한번의 다툼없이 동기사랑을 실천했던 동기녀석과의 다툼은

아침식사 준비과정에서 또 한번의 행운을 만나며 화해, 봉합됩니다. ㅋㅋㅋ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먹을건 없고 동기녀석과 식당 안을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전날밤 그렇게 시끄럽던 중국여행객들이

라면을 한냄비 끓여놓고는 먹지도 못한채 급한 사정으로 하산해야 한다며 라면 처리해줄 사람을 찾습니다.

배고픈 하이에나들이 놓칠수가 없지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둘이 동시에 손을 들고 이등병 시절이 생각날만큼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은 두 초보산꾼, 조금 전까지의 냉랭함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으로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중국관광객분께 '셰셰~'감사인사를 건네고는 언제그랬냐는듯

서로 희희덕 거리며 냄비 가득찬 그 많은 라면을 다 해치워버리고는 천왕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 중국여행객들의 떡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몇시간 전의 다툼에도 불구,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 덕에 금방 화해를 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장터목 대피소 앞에서 증명사진을 남겨 보았습니다.

당시 현재의 대피소가 한창 공사중이었지요. 앞쪽에 공사 현장이 살짝 보입니다.

 

 

 

 

 

 

# 새벽녘, 깊은 어둠속, 그토록 무시무시하게 보이던 제석봉으로의 오름길이

날이 밝은 다음에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 제석봉에서, 누가누가 더 촌스럽게 사진 찍나 내기. 제가 찍어준 동기녀석의 사진은... 이젠 기억이 안나네요.

 

 

 

 

 

 

# 슬픈 역사(권력을 등에 업은 벌복업자들이 불법 벌목을 숨기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하죠)를 품고 있는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들. 현재는 거의 다 쓰러지고 인공 조림된 구상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 제석봉을 지나고, 비록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지리산에서의 태양을 찍어봅니다만... 뭐 태양이 나오겠어요?

당시엔 사진 관련 지식이 없었기에 사진 결과가 요모양 요꼴.

 

 

 

 

 

 

# 지리산 천왕봉을 내 손 아래에. (세월의 흔적인지 사진이 군데군데 많이 바랬어요)

 

 

 

 

 

 

# 천왕봉을 향하여 힘겹게 오르고 있습니다.

사실은 별로 가파르지 않은 곳인데 일부러 힘든척 연기하는 중.

 

 

 

 

 

 

# 북서쪽 방향. 우측 끄트머리에 남덕유의 모습도 보입니다.

 

 

 

 

 

 

# 천왕봉 도착 직전, 지난 3일간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 통천문을 지나고..

 

 

 

 

 

 

드디어 그렇게도 멀게만 보이던 지리산의 정상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3박 4일만에 도착한 지리산 천왕봉.

초보산꾼들에겐 감동 그자체였습니다.

 

그동안의 고생길에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마지막 날, 쾌청한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천왕봉에 서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합니다. 주위 어느 산보다 높은 그야말로 한반도 남쪽에

우뚝 솟은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주위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 없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 '청서'를 찾아보세요.

 

 

 

 

 

 

#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3일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봅니다.

 

 

 

 

 

 

# 주먹을 불끈 쥐고 인증사진을 남겼습니다. 무모했던 지리산 종주 도전이었지만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 천왕봉에서 조금은 이상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본인은 경남 진주에 사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어느 골짜기에서 

사람이 죽을것인지 예언하신다고. 

 

중산리 계곡을 가리키며 '조만간 저기서 두명이 죽을거야~' 이런 말씀도 하시고

그리고 밤새 어디서 주무셨냐고 하니 천왕봉 바위틈에서 혼자 주무셨다는데...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할머니로부터 한시간동안 요상한 이야기(예를 들어 개고기 먹지 말라, 사람이 개로 환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를

들으며 천왕봉에서 한참이나 지체한 후 3일동안 머물렀던 지리산에서의 아쉬운 하산을 시작합니다.

남동쪽 아래에 중산리가 보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릴 것 같지는 않아 여유롭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만... 몰랐습니다. 큰 산은 하산길도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걸...

 

 

 

 

 

# 바위틈 새로 보이는 지리산 중봉.

 

 

 

 

 

 

# 지금도 즐겨하는 '따봉샷' 이때부터 했구만요.

 

 

 

 

 

 

# 지리산 천왕봉 정상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사진을 찍었지요.

 

 

 

 

 

 

# 청서를 찾아보세요.

 

 

 

 

 

 

# 지리산 천왕봉에서 본 남동쪽 중산리 방향.

 

 

 

 

 

 

# 우리에게 남은 먹거리는 생수 한통뿐..

 

 

 

 

 

 

# 수줍은 V

 

 

 

 

 

 

# 수고했네 장병장~!!!!

 

 

 

 

 

 

# 저~기가 노고단이고, 저~~~기가 반야봉이지?

 

 

 

 

 

 

# 하산길에 바라본 천왕봉

 

 

 

 

 

 

# 초보산꾼에게 중산리로의하산길은 정말이지 길었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

마침 일요일이라 천왕봉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 중엔 남친 손을 잡고 구두를 신고 오르는 처자들도 많데요.  대단혀들. 부럽기도 하고.

구두 신고 천왕봉이라니

 

법계사를 지나고 칼바위를 지나 뛰어내려오다 계단에서 한번 구르고 난 뒤엔 얌전하게 조심조심 내려왔습니다.

절정인 지리산의 단풍을 구경하며 내려오다 중산리 계곡을 접하니, 우와~ 산이 크니 역시 계곡도

웅장하고 계곡의 바위들도 큼직큼직합니다. 계곡에 내려가 전날 먹다 남은 밥에 고추장 넣어

슥슥 비벼서는 그것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니 세상이 다 내것처럼 느껴집니다~!!!

 

 

 

 

 

# 법계사에서 바라본 천왕봉.

 

 

 

 

 

 

# 지리산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이 다리를 만났다면.. 거의 다 내려온거지요.

 

 

 

 

 

 

# 매표소를 지나 중산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이제 고행길은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가는 또 한번의 고행길이 남아있을 줄이야...

 

 

 

 

 

 

힘겹게 도착한 중산리 매표소. 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선 또다시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한다네요..

그래도 그 시각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저기 어떻게 올라갈래?

나같으면 자살한다 자살해~!!!.....라고 초보산꾼은 생각했더랬죠. 그분들은 즐기는 분들인데..

 

중산리 버스정류장에 도착. 간발의 차이로 14시 30분발 버스를 놓치고

15시 30분 버스를 기다리며 한참을 쉬는데 마침 도착한 두 청년 말하길..

그 시간에 올라가서 세석까지 간다고.. 헐. 당시 지리산에서 개고생하고 내려온

두 초보산꾼들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정, 어떻게 세석까지 가느냐? 잠은 안자냐? 물어보니

야간산행을 한다네요. 요즘에야 야간산행을  밥먹듯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밤에 산에 간다고?

그분들은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데 화엄사 입구에서 잔것까지 포함 3박 4일만에

지리산 종주를 한 초보산꾼에겐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정을 강행하는 사람들로 보였더랬죠.

하지만 이젠 제가 그렇게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으니..

 

15시 30분발 버스를 타고 진주에 도착하니 동기녀석 서울까지 올라가는 차비가 모자르다기에 

주머니 탈탈 털어 돈을 보태 먼저 서울로 올려보내고 저는 집을 향해 가는데..

서울 사는 동기녀석보다 절반 거리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참 고단했습니다.

진주에서 대구까지 버스로 이동, 대구에서 울동네까지는 기차로 가면 되겠다 싶었죠.

진주에서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니 2년전 훈련을 받던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근처를 지나데요.

지옥같았던 시절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네요.

대구로 가는 구마고속도로가 막혀 대구에서 기차를 타겠나 싶어 조바심이 일어나고

이윽고 도착한 대구에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대구역으로 가며

친절한 택시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대구역에 도착,역사로 뛰어가 기차시간을 살피는데...

어라, 기차시간이 변경되었다네요.21시발 기차였는데 20시로 한시간 당겨졌다고...

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거 어쩌나?? 대구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나 머리를 굴려보다가 떠오른 생각..

서울행 기차를 타고 김천으로 가서 김천에서 부모님을 호출하는 방법..ㅋ

결국 김천까지 오신 부모님께 한소리 듣고 아부지 차에 올라 집에 도착..

온갖 우여곡절을 겼었던 초보산꾼의 지리산 종주는 그렇게 끝을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