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두대간]/1차 백두대간종주

1구간-[성삼재~천왕봉]-'백두대간종주 그 첫걸음을 내딛다'

 

 

 

 

 

♣ '달아네와 해리의 백두대간 첫걸음...'...백두대간 제1구간(성삼재~천왕봉) 산행기

 

◈ 산행구간 : 성삼재 ~ 노고단(1507m) ~ 명선봉(1586m) ~ 영신봉(1652m) ~ 촛대봉(1703m) ~ 천왕봉(1915m)

◈ 산행거리 : 24.7km + 5.8km(백무동하산길)(도상거리) - 지도보기,  전체사진보기

◈ 산행일자 : 2002년 2월 2 ~ 4일 (1박 3일 산행)

◈ 산 행 팀 : 달아네, 해리야님(현지에서 터틀님, 강두경님 합류)

◈ 산행날씨 : 맑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

◈ 총소요시간 : 14시간 19분 (성삼재~천왕봉),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 장터목회귀 및 백무동 하산시간 제외.

 

◈ 구간대별 소요시간

 서울역(2일 23:50) - 구례구역(3일 05:01) - 성삼재(05:40) - 40분 - 노고단산장(06:20)/아침식사(07:20)

- 1시간 - 임걸령(08:20)/휴식(08:30) - 40분 - 삼도봉(09:10) - 30분 - 화개재(09:40)- 38분 - 토끼봉(10:18)/휴식(10:50)

- 1시간 - 연하천산장(11:50)/점심식사(13:17) - 43분 - 형제봉(14:00) - 40분 - 벽소령산장(14:40)/휴식(15:00)

- 39분 -선비샘(15:39)/휴식(15:55) - 1시간 2분 - 칠선봉(16:57) - 55분 - 영신봉(17:52)

- 16분 - 세석산장(18:08)/1박 - 세석산장(4일 07시 35분) - 12분 -촛대봉(07:47)/휴식(07:50) - 30분 - 삼신봉(08:20)

- 20분 - 장터목산장(08:40)/휴식(09:15) - 1시간 1분 - 천왕봉(10:16)/휴식(10:35) - 45분 - 장터목산장(11:20)/휴식(11:35)

- 2시간 20분 -백무동(13:55)/술한잔(16:00) - 동서울터미널(20:00)

 

 

◈ 산행기

 달아네입니다

지리산 종주산행.....등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은 해본다는...지리산 종주산행...

96년 군 바리때 휴가받아서 금쪽같은 시간을 지리산 종주에 할애한 이후 6년만에 다시 시도하는 지리산종주산행이다.

사실 이번 종주산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것은 아니었다...이번주 여산회 산행이 지리산이기에....

문득 지리산 종주산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중산리에서 시작하는 역종주산행을

한뒤 노고단산장에서 하루 쉬고 담날 새벽 여산회 정기산행팀에 합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해리가 같이 가고싶다고 하는데....시간이 금요일 오후부터 된다고 한다....

종주산행을 포기하고 가보지 못했던 반야봉 정상을 오르느냐...아니면 혼자 종주산행을 감행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결국은 종주산행을 담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런데...목요일 저녁 해리가 산짱누님의 강력한 권유에...

종주산행으로 마음을 바꾼다....결국 산행계획은 원래대로 종주산행으로 굳혀졌다...그리고...그것이...

달아네의 백두대간 첫걸음이 되었다....일정은 2박3일에서 1박2일로 줄어들었다.....무리인 듯 싶다...하지만......떠난다..

(아래 계획은 저희가 휴식을 취한 곳을 기준으로 나눈 구역이며 소요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한 시간입니다.)

 

1. 서울역 - 구례구역(2월 2일 23:50 ~ 2월 3일 05시 1분 : 5시간 11분 소요)

 서울역으로 가기 전에 고동남님 집들이에 들렸다...많은 분들이 와계신다....산행차림인 나에게...

등산갔다 오는 길이냐구 물어보신다. 웃으며 조금후에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다는 말에 모두들 힘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신다. 천왕봉까지 가기 힘들다는게 거의 모든 분들의 의견이다...출발전부터 힘든산행이 될거라는 느낌을

받은  달아네 ^^..웅..과연 할 수 있을까? 이전에 경험했던 2박3일의 가을지리산종주일정을 1박 2일만에 주파하려는게 좀

무리다 싶지만 해낼 수 있으리라...해내야만 하고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한다........앗싸~ 앗싸~~~

수호달마님과 고동남님께 배낭,침낭,버너,헤드랜턴을 빌려 이프로님과 함께 서울역으로 출발한다..(고맙습니다..잘썼습니다. ^^)

서울역에서 해리가 이전에 다녔던 산악회의 아는분을 만났다고 한다...마침 종주산행을 하시는데 우리보다 30분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가시는데...구례구역에서 기다리시겠다구 한다...산행을 많이 다니신 분들이란 해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여행....오징어를 안주삼아 맥주 2캔씩 홀짝홀짝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기차는 남원을

지나고 있다....막간을 이용해 잠깐 눈을 붙이고 구례구역에 하차.....지리산으로 향한다...

 

2. 구례구역 - 성삼재(05:01 ~ 05:40 : 40분 소요, 택시로 이동)

 구례구역에서 이미 도착해계신 터틀님, 강두경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역전슈퍼에서 필요한 물건을 산뒤 택시에 몸을 싣는다.

2일에 공단측에 확인해본결과 성삼재까지는 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그 아래 시암재까지만 차량운형이 가능하다는 말에

시암재를 출발기점으로 삼았으나 우리의 용감한 택시기사 아저씨(^o^;;)...성삼재까지 갈 수 있다고 하신다...택시비 흥정에 들어간다.

다섯명에 3만원에 합의를 봤다...우리일행외에 혼자오신 또다른 등산객과 함께 1인당 6000원씩 갹출하는 것으로 흥정은 끝났다...

성삼재로 향하는길....예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 다섯명...기사아저씨까지 총 6명이 탄 택시는 성삼재를 향해

빙판길을 무서운 속도로 질주힌다.....얼마나 졸았을까....성삼재 도착이다....성삼재...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무척 아름다운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게 아쉽다...택시에서 배낭을 내려 산행준비를 한다....65리터짜리 배낭....첨으로 매본다....지금껏 40리터가

가장 큰거였는데...웅....침낭에...옷가지에 매트리스에 음식에다가....서울역에서 해리가 가져온거까지 내배낭으로 옮기니

배낭을 들기조차 힘들다.....남자체면에 약한모습 보이긴 싫다. 가볍게 배낭을 짊어지려했다....

그.러.나. 그게 내 의지대로 될리 있는가....끙~~~ 드럽게 무겁다...^^ 휘청휘청.....한걸음떼기가 힘들다....

이런...첨부터 너무나 힘들다...터틀님....종주산행에 무슨 짐을 그렇게 많이 가져오냐구 하신다...ㅋㅋㅋ

터틀님 35리터 정도 가방을 가지고 가신다....웅....-_-;;

오늘 목표는 세석산장....저녁 5시, 늦어도 6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산행시작이다....

 

3. 성삼재 - 노고단 산장 (05:40 ~06:20 : 40분 소요) (06:20 ~ 07:20 : 1시간동안 아침식사)

터틀님, 강두경님 앞장서서 노고단산장으로 향한다. 노고단 산장으로 향하는길....완만하게 경사졌지만....

그런 길에 계속되면 힘이 많이 들고 지쳐버린다....태백산 유일사방면 산행길도 역시 그러한 경우다...

웅...엄청난(?) 무게의 배낭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해리....잘 따라간다...웅....첨부터 처질 수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며 두 선배님들 뒤를 바짝 쫓아간다....힘들다... -_-;; 이윽고 도착한 노고단 산장....이른아침인데도

취사장엔 아침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취사장에서 밥과 라면으로 아침을 가볍게 해결한다....차안에서 잠안자구

밤새 수다떨었더니 밥맛이 없다...그래두....앞으로 갈 먼 여정을 위해 밥을 든든히 먹어둔다...

터틀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산에선 먹는만큼 간다"

 

아침식사후엔...먹은만큼 빼줘야 하는게 내 철칙이다....^^  해리와 화장실로 향한다....

웅.....근데 노고단 화장실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는 벽이 없다....이런....내가 들어간 자리 옆에 해리도 자리잡는다...

웅.....민망하다....에궁....오늘따라 왠 방귀는 이렇게 자주 나오는지. 뿡~~~,뿡~~~~,뿌~~~~~~~웅~~~

해리가 조용히좀 하랜다....^o^ 웅...그게 내맘대로 되남? ㅋㅋㅋ

 

4. 노고단 - 임걸령 (07:20 ~ 08:20 : 1시간 소요)

 노고단산장을 출발하여 5분뒤 노고단에 도착했다...그러나...바쁜 일정 때문에 노고단에서 잠시 서있을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임걸령까지는 오르막길 없이 능선길이 계속된다....점차 안개가 옅어지며 왼편으로 하얀눈에 덮힌 반야봉이

그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려 한다...빠른걸음으로 임걸령에 도착....첫휴식을 취한다...어깨가 넘 아프다...웅....

 

5. 임걸령 -  삼도봉 (08:30 ~ 09:10 : 40분 소요)

  임걸령을 출발, 반야봉 오르는 길이 시작되는 노루목에 도착한다... 6년전 이곳 바위에 앉아서 같이온 친구녀석이랑

'스팸'을 허겁지겁 먹던 생각이 난다....친구녀석은 그걸 넘 급하게 먹은 나머지....삼도봉으로 가는 도중 쓰러졌다......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다......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손이 얼얼한 정도로 따귀를 때렸지만...꿈쩍도 않는다.

도중에 만난 전남대 체육학과분들이 즉석에서 들것을 만들어 뱀사골까지 데려가지 않았다면...그때...신문에 날뻔했다....

 

"지리산 놀러간 군바리. '스팸'먹고 체해서 장렬히 전사" ^^

 

이윽고 삼도봉에 도착...두 번째 휴식을 취한다....이제 반야봉이 등뒤로 보인다....눈에 덮힌 반야봉...장군의 형상이랄까...

삼도봉...전라북도,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전망이 좋은 곳이다...저 멀리 지난 12월에

올랐던 지리산 형제봉이 운해사이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6. 삼도봉 -  뱀사골입구 (09:10 ~ 09:40 : 30분 소요)

 해리가 구간마다 시간을 체크한다....참고하려고 가지고온 다른 산악회의 지리산종주일정과 비교해보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산행을 하고 있다....첨부터 오버페이스가 아닌지 약간은 걱정되기 시작한다....이러다 마지막에 지치게 되는데......

해리와 나...둘다 카메라를 가져오기로 했는데...둘다 서로를 넘 믿었나 보다....아무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_-;;

다행히 터틀님, 강두경님 두분다 카메라를 가져오셔서...멋지게(?) 포즈를 취해본다....뱀사골 입구에 도착...뱀사골 산장으로

내려가서 식수를 구해올 것인지 고민하다...그냥 가기로 한다...내려갔다 올라오는 거리가 장난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터틀님께서 이곳에서 행동식을 든든히 먹어두란다....토끼봉, 명선봉 오르는 길은 지금과 다르게 꽤 힘들거라 하신다...

에궁...지금까지 온길도 힘들었는데...헥.헥~~~

 

7. 뱀사골입구 - 토끼봉 (09:40 ~ 10:18 : 38분 소요)

 해리가 가져온 지리산종주일정엔 이렇게 적혀있다...'뱀사골입구에서 토끼봉까지...매우매우매우매우 힘듬'

에궁...얼마나 힘들길래.....토끼봉으로 향하는 길....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았는데...벌써 숨이 차다...헥헥....

그러나...아까도 말했지만...ㅋㅋㅋ 약한 모습 보여줄 수 없다.....사실 난 산에 가면 주위 풍경들을 음미하면서 가는걸

좋아한다...그.러.나....지금 상황에선 좌우를 살필 겨를이 없다...까딱하면 눈길에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진다....

그저 땅만 보고 가고 있다...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어느새 토끼봉에 도착한다....웅....생각보단 그리 힘들진않다..

터틀님...중간중간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하게 영양섭취를 해주근게 쉬운 산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란다....

산을 20년 이상 타신 분들이라...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아...난 언제쯤 저런 경지에....

토끼봉에서 휴식시간을 길게 가진다... 행동식을 안주삼아 소주한잔을 하고나니...온몸이 나른해진다...잠이 쏟아진다...

기차에서 수다떨지 말고 잠이나 잘걸.......후회막급이다.....^^

20여명의 등산객이 명선봉방향에서 내려와 우리 옆에 자리를 잡는다...웅...20여명 모두 빨강, 파랑 원색의 등산복과

아이젠, 스패츠로 완전 무장했다...모두 이번에 새로산 듯 깨끗하다...눈이 부실정도다...

중학생정도의 여자애들인데(음...초딩같기도 하고...ㅋㅋ)...웅....시끄럽다...^^

 

8.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 산장 (10:50 ~ 11:50 : 1시간 소요)

 터틀님은 토끼봉보단 명선봉 오르는 길이 더 힘들거라 한다....역시 힘들다...특히 이곳을 지난사람들이 많지 않은지

길이 자주 끊겨있다....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나아가려니 더 힘이 든다...터틀님과 강두경님 두분 모두 발에

물집에 생겨 힘들어 하신다...웅...전문산악인도...길들여지지 않은 신발엔 어쩔 수 없나보다...그래두 여전히 빠른걸음으로

앞,뒤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신다...눈길을 헤치며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명선봉을 지나치고 연하천 산장으로

향하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6년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옛날엔 계단이 많치 않았는데...요즘은 왠만한 곳은 거의다

계단으로 만들어놓았다....웅...좋은건지 나쁜건지....힘이들땐...'참 잘 만들어 놓았구나' 라구 생각하는데..

힘들지 않을땐 '꼭 이런곳까지 이렇게 계단으로 해놓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간사한 마음.....

드.뎌 1차 목적지 연하천산장에 도착한다....

 

9. 점심식사(연하천산장) (11:50 ~ 13:17 : 1시간 27분 동안 점심식사...푸짐하게...^^)

 즐거운 식사시간....ㅋㅋㅋ...다들 가져온 식량을 풀어본다.....앞으로 갈길이 멀기에 점심은 든든히 먹어야 했다...

해리가 가져온 삼겹살에 육개장. 그리고 놀랍도록 맛있었던 터틀님의 김치(배추김치, 꼬들빼기), 생선조림은

밥이 설익었다는걸 잊게 해줄정도로 꿀맛이다..ㅋㅋㅋ...산장에서 키우는 멍멍이가 삼겹살 냄새를 맡고 우리팀옆에서만

맴돈다.....한점, 두점 던져주니...이젠 갈생각을 않는다....생선조각은...거들떠 보지도 않는다...입이 고급이 된 멍멍이...

식사와 함께 해리가 가져온 매실원액과 소주를 섞어 매실주를 만들어 먹는다.....넘넘넘 맛있다...

해리를 보면 먼저 매실주가 생각날 정도다..이전에 같이 산행할 때마다 해리의 매실주를 맛보았는데...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사후 짐을 챙기고 하는 와중에 양치질까지 하는 해리...오호라...한 깔끔?   나? 자일리톨로 해결했다...ㅋㅋㅋ

 

'지리산에서도 자기전에 아니 밥먹은 후에 자일리톨을 씹는다.'

 

10. 연하천산장 - 형제봉 (13:17 ~ 14:00 : 43분 소요)

 식사를 하고 나니 힘이 솟는 듯 발걸음이 가볍다...그.러.나....배낭은 여전히 무겁다...내배낭에서 꺼낸게 별로 없기에...

에궁...해리가 앞에서 뛰어간다...허거걱.....불러세운다...날 버리고 가지 말아줘....^o^

터틀님이 앞장서고 해리, 나, 강두경님의 순으로 산행이 진행되었다.... 강두경님...발까락에 난 물집 때문에 뒤로 약간

쳐지시고 속도를 내는 터틀님을 따라 해리와 난 속도를 붙인다....그러나....웅....점차 지쳐감을 느낀다...해리는 터틀님의 바로

한보뒤에서 꾸준히 따라간다....나와 점차 거리가 벌어지는 두사람.......그래도 발걸음을 멈출순 없다....약간은 느려졌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뒤의 강두경님은 보이지 않는다...그나마 다행이다....내가 후미가 아니라서... ^^

 

11. 형제봉 - 벽소령산장 (14:00 ~ 14:40 : 40분 소요)

 형제봉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후 벽소령으로 향했다.....형제봉에서 벽소령까지의 길은 내리막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룰루랄라....약간의 여유를 부리며 2차 목적지였던 벽소령 산장에 도착한다....이상하게 6년전 벽소령산장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지금 집에서 앨범을 뒤져 사진을 보니 벽소령산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말이다..

6년전 가을지리산종주산행 사진을 보니....겨울지리산과 참 많이 다른 모습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이제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벽소령 산장에서 오늘 최종 목적지인 세석산장까지는 약 3시간 거리....지도상으론 가까운 거리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이르면 5시 늦어도 6시까진 세석산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터틀님.....

겨울산행으로 약간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일정을 잡았지만 그나마 정상부엔 눈이 많이 쌓였지만 눈은 오지 않았고 날씨 또한

따뜻했던 산행조건은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를 세석산장까지 갈 수 있게한 큰 요인인 듯 하다......

그.러.나...서서히 몸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12. 벽소령 - 선비샘 (15:00 ~ 15:39 : 39분 소요)

 벽소령에서 멀리 하얀눈에 덮힌 천왕봉이 보인다...내일아침엔...저곳에서 만세를 부르리라....^^

벽소령 앞엔 덕평봉이 버티고 있고 그 뒤로 칠선봉, 그리고 덕평봉과 흡사한 모습을 한 영신봉을 지나야만 우리의 오늘

최종목적지인 세석산장이다.........벽소령에서 덕평봉 아래까지 꽤 긴 능선이 계속된다.....한참동안 오른쪽 낭떠러지위의

길로 나아간다....터틀님, 해리는....더욱 속도를 낸다.....헉....아무리 걸음을 빨리해도...20여미터의 거리차이를 좁힐 수가 없다..

헉...헉....이제 주변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오로지 처지지 말겠다는 생각뿐.....

덕평봉 아래에서 드뎌 선두를 따라잡았다.....그.런.데...덕평봉으로 오르는길....터틀님, 해리...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다.....강두경님도 뒤에 보이질 않는다.....아....배낭은 왜이리 무거운지.....배낭을 집어던지고 싶다...^^

터틀님, 해리...이젠 보이질 않는다....이런.....쫓아가려해도...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오버페이스한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나는가보다....그냥...한걸음한걸음...힘겨운 산행이 계속된다......기나긴 덕평봉 오르막길을 지나 내리막길을 뛰듯 달려가니...

선비샘터에서 터틀님, 해리 쉬고 있다....그런데....그때까지 전문산악인의 모습을 보여준 해리가 많이 지친 듯 하다...

그렇다...나만 힘든게 아니었다....ㅋㅋㅋ 전문산악인(?) 해리가 이정도로 지칠정도면....나두....오늘

할만큼은 한 것 같다...ㅋㅋ 해리에게 지치지 않게 넘 빨리 가지 말라구 말해준다.....(사실은 내가 쫓아갈 수가 없어서..^o^)

선비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휴식을 취한다....터틀님, 강두경님....담배가 다 떨어져서...금단증상(?)이

온다구 하신다....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빌려보려 하지만....담배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웅...요즘 다들 금연하는

추세라던데.....이 기회에 금연 하시는게 어떠실런지....^^

 

13. 선비샘- 칠선봉 (15:55 ~ 16:57 : 1시간 2분 소요)

 다들 다리가 무겁다....해리의 발걸음이 많이 더뎌졌다....(그래두...내가 겨우겨우 쫓아갔지만...^^)

터틀님의 발까락의 물집이 굉장히 심하다...신발을 벗어보니...피범벅이다....웅...그런발로도...그렇게 빨리 가시다니...

놀라울 뿐이다...어쩔 수 없이 운동화로 갈아신으시고 선두에 가시는데...계속 미끄러지신다....뒤에서 보기에 너무나 민망하다..

예전에 칠선봉 정상을 통해 영신봉으로 간 것 같은데 코스가 약간 바뀌었나 보다...칠선봉 정상 푯말이 보이질 않는다....

영신봉으로 오르기전 칠선봉 부근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영신봉...1651미터...굉장히 높아보인다....

저곳만 넘으면 세석산장인데....그냥 이곳에 주저앉고 싶다....우리의 지친모습에 터틀님이 한말씀하신다...

 

'밟아야 내땅이다~~~'

 

그래....가야만 한다....

 

14. 칠선봉 - 영신봉 (16:57 ~ 17:52 : 55분 소요)

세석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봉우리 영신봉...가파르다..계단..줄을 잡고 올라가야만 하는 코스....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힘들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영신봉의 동쪽측면으로 오르는 산행로는 이미 어둑어둑하다....어느덧 공기가 차가워진다....

산에서의 날씨변화가 굉장히 심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한다....이곳만 넘으면...이곳만 넘으면....

이제 터틀님은 저 멀리 보이지 않게 앞서나가시고...해리와 한발한발 정상으로 향한다....강두경님은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영신봉 정상이다....5시 52분....6시 전에 도착한것이다..사실 천왕봉에 올랐을 때보다...더 기뻤다....

많은 분들이 힘든 산행이 될거라 걱정하셨고....너무나 힘든 산행후에 도착한 첫날 최종 목적지였기에.....그 기쁨은 클 수 밖에....

영신봉 정상에서 사람들이 모여 일몰을 지켜보고 있다.....갑자기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산행을 많이 걱정해 주셨던 수호달마형님과 Rootman형님께 전화를 드린다.....

 

'여기 세석이에요'

'정말? 거기까지 갔어?'

'네.....'

'뿌듯하지?'

'헤헤~~네~~~~엡!!!'

'수고 많았다...'

 

15. 세석산장에서~~~(18:08분 도착, 휴식)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단 사람들이 많치 않다...예상대로 예약을 한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가을단풍산행기간이나, 연휴가 낀 산행일땐 꼭 예약해두셔야 합니다...그땐...사람...바글바글 하죠..^^)

터틀님, 강두경님과 함께 아래층 침상에 자리를 잡고 해리는 2층침상에 자리를 잡는다...

저녁식사를 준비한다....6시 30분...이미 밖은 어둡고 바람이 몹시 차다....그냥...이대로 침낭속으로

들어가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하지만....옷을 갈아입고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세석산장은 침실은 그런대로 괜찮은데...취사장이나 화장실이 너무 엉망이다...취사장....어느 시골의 창고같다...

해리가 참치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낸다...ㅋㅋㅋ...해리야 정말 맛있었단다... 근데..'어머니양념'이 뭘까? ^o^

맛있는 김치에다가 참치, 햄을 섞어 만든 참치김치찌개.....꿀맛이다..........우리 김치가 맛있어보였는지 옆에 있던 분들이

김치를 조금 달라구 한다....터틀님....담배랑 맞바꾸자구 제안한다..  담배한갑과 김치는 그렇게 교환되었다.. ㅋㅋㅋ

잠을 푹 자기 위해 남아있던 술을 모두 마셔 버린다....이제 서서히 배낭무게가 줄고 있다...넘 기쁘다..^^

식사후 짐을 대충 정리하고 침낭속으로 들어갔다.....눈이 스르르 감기고 금방 잠이 들어 버린다.....

그런데.....얼마나 잤을까....누가..깨운다..웅...모야.....해리다....물 달랜다...웅....해리가 일찍 일어나서 밥해놓을려구

물 달래는줄 알고 터틀님이 기특하다구 생각하셨댄다.....그.러.나...우리의 해리....절.대.루....그렇게 못하쥐...

목말라서 물달라는 거였다....물통채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가 버린 해리의 모습에 허탈해하는 터틀님...ㅋㅋㅋ

또다시 잠이 든다...

 

2월 3일

17. 세석산장에서~~~(05:30분 기상 07:30분까지 아침식사, 산행준비)

 아침 5시 30분....벌써 침상곳곳이 빈 자리가 보인다...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하신 분딜이 많은가보다...

사실 우리도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4시에 일어나려했는데....강두경님이 날 깨웠다고는 하는데....기억이 전혀 없다..

잠귀가 워낙 어두워서.....-_-;(한번은 집에서 자다가 누나가 두시간동안 초인종을 눌러도 일어나지 않은적도 있답니다..^^)

먼저 나가서 식수대에서 물을 받는데.....물 한통 받는데...5분이상 걸린다....물을 받는 동안 하늘을 쳐다본다....

역시 별이 많다....수호형은 벽소령에서 보는 밤하늘이 가장 이쁘다고 하시는데...머...여기도 괜찮다...

그런데...지난 10월에 본 월출산의 별만큼 휘황찬란하지는 않다...그땐....하늘이 별이 모두 쏟아져내릴 것만 같았는데...

아침은 부드럽게 속을 풀어야한다는 터틀님의 말에...아침으로 곰국을 준비한다....강두경님이 가져오신 밀봉건조된

곰국....해리가 가져온...곰국그대로를 밀봉포장한 곰국....이런...왠지 무겁더라니...이런게 내배낭에서 나올줄이야...^^

어제 해놓은 밥을 뜨거운 곰국에 말아서 후루룩....그런데 양이 좀 부족했던지....라면 두 개를 더 끓여서야..

속이 든든해짐을 느낀다....아침식사후 짐을 모두 챙기니 어제처럼 먹은만큼 비워내라는 내 몸의 신호가 온다....

읔.....빨간신호다...급한걸....해리가 매고 있는 배낭속에서 휴지를 꺼내 화장실로 가려는데...해리가 말한다...

'오빠....지퍼 잠궈줘...' 평상시같으면...당연히 잠궈줘야하지만.....난 그냥...달렸다...화장실로...급했기에...^^

화장실입구에 '2002년 신축예정이오니 불편하시더라도 양해바랍니다..'란 푯말이 있다...웅...어째 분위기가 이상한걸...

화장실 문을 열었다.....허걱.......내가 본 것은........................'똥탑'이었다...^o^;;

다음문을 열었다.....허걱....에펠탑이다....사람들 기술도 좋다...저렇게 높이까지......

마지막 문.....휴우~~~~그나마...3층석탑이다.......잘 겨냥해서 4층석탑을 만들어주고 나왔다...^^

 

18. 세석산장 - 촛대봉 (07:35 ~ 07:47 : 12분 소요)

 늑장을 부리다 7시 25분에야 세석산장을 출발한다....촛대봉으로 향하는 도중 태양이 떠오른다....

촛대봉에서 맞이한 일출(뭐...일출은 아니지만)....멋지다....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산장에서 집에서 자는 것처럼 편하게 잠을 잤더니 어제 산행한 피로가 싹 가신 느낌이다...

천왕봉이 눈앞에 있었다....

 

19. 촛대봉 - 삼신봉 (07:50 ~ 08:20 : 30분 소요)

삼신봉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별로 힘든 느낌이 들지 않는다....이제 사방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20. 삼신봉 - 장터목 - 천왕봉- 장터목 (08:20 ~08:40 : 장터목까지 20분 소요)

(09:15 ~10:16 : 1시간 1분 소요 천왕봉 도착-룰루랄라 놀면서 오름)

(10:35 - 11:20 : 45분 소요 장터목으로 돌아옴)

 삼신봉에서 출발하여 연하봉을 지나치고 드뎌.....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식사준비중인 많은 사람들....

해리와 짐을 풀고 터틀님, 강두경님을 기다린다....5분쯤후에 두분과 합류한다...두분은 장터목까지가 최종

목적지였기에 천왕봉엔 가지 않으시겠다구 한다....그래서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구 해리와 둘이서 천왕봉으로

향하기로 한다....해리가 잠깐 화장실간 사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식수장으로 가다 미끄러져 황천길로 갈뻔했다..^^

역시 이곳에서도 식수가 조금씩 나오기에 한참을 기다려 식수를 가지고 올라가니 해리가 내가 먼저 천왕봉으로

오른줄 알고 뒤따라 올라갔다구 한다....이런.....강두경님의 카메라를 빌려서 급하게 해리를 쫓아간다....

산장뒤의 가파른 빙판길을 기다시피 올라가서 제석봉아래에 도착할 때쯤 저 멀리서 쉬고 있는 해리를 발견한다...

제석봉의 고사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40분이면 올라갈 거리를...룰루랄라..사진찍으면서 1시간만에야

천왕봉에 도착했다.......천왕봉......드.뎌.........끝까지 왔다....

저 멀리 여산회 정기산행팀이 오르고 있을 만복대가 노고단 오른쪽으로 보이고 있다.....

운무가 많이 끼어있어....멀리까지 보이지 않음에도....북쪽으로 지난번 덕유산 산행때 가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던 향적봉과 남덕유산이 구름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서남북 네방향의 사진을 모두 찍고 '천왕봉'정상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난후 두분이 기다리고 계신

장터목으로 아쉬운 하산길을 재촉했다....

 

 

# 1. 구례에서부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분은 장터목 산장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그분들의 카메라를 빌려 해리와
      둘이서 천왕봉을 향했습니다. 제석봉 이정표를 부여잡고....   

 

 

 

# 2. 제석봉에서... 눈을 뜨시오...

 

 

 

# 3. 통천문에서....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부탁해서 한컷...

 

 

 

# 4. 천왕봉에 도착합니다....'해리' 이녀석 본지도 오래되었네요....시집갔나?

 

 

 

# 5. 1996년 이후 두번째로 찍은 지리산 천왕봉 인증샷~

 

 

 

# 6. 천왕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멀리 솟아있는것이 반야봉....우측 멀리 하얀눈에 덮혀있는 만복대...

 

 

 

# 7. 황매산 줄기가 흐릿하게 조망됩니다.

 

 

 

# 8. 장터목 산장으로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제석봉에서...

 

 

 

# 9. 장터목 대피소로 다시 돌아왔습니다...이젠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네요...

 

 

 

21. 장터목 - 백무동 (11:35 ~ 13:55 : 2시간 20분 소요)

장터목에 도착하니 11시 20분...9시 10분쯤에 올라갔으니깐...2시간이상이 걸렸다....터틀님....둘이서

모하고 왔냐구 추궁하신다...ㅋㅋㅋ.......콜라로 목을 축이고 나서 하산길로 들어섰다...

원래 계획은 중산리로 하산할 계획이었는데...백무동으로 하산하는게 서울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터틀님의 말에....백무동쪽으로 방향을 돌렸다...하산길에 올라오시는 등산객들이 해리를 보고 다들

이 한마디를 한다.....

 

'젊은 처자가 대단하네... 저렇게 큰 배낭 매고.....'

 

그랬다...이번산행에서 확인한 것 하나....'해리야'님....정말 산 잘 탄다....수호달마형도 인정한 산행실력...

이미 산행전부터 많은분들이 너 해리 따라갈 수 있겠냐구...하셨지만.....그정도일줄은...해리 쫓아다니느라..

넘넘넘넘넘넘넘 힘들었다....해리...당신 이거 알기나 해? ㅋㅋㅋ

2시간 30분여의 하산길을 끝내고 도착한 백무동 매표소 입구에서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백무동에서 남원으로 간뒤 남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려 했는데...얼마전에 동서울에서 백무동으로 가는 직통

버스가 생겼다고 한다....4시 버스....2시간정도의 여유가 있었다...매표소 근처 음식점에 들어간다....

더덕주에 파전, 두부김치와 산채비빔밥으로 힘들었지만 값진 경험이 될 산행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22. 백무동 - 서울 (16:00 ~ 20:00 : 4시간 소요)

 백무동에서 동서울로 오는 직통버스가 있어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이틀동안 함께 했던 터틀님, 강두경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과연...앞으로...살아가면서 저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에필로그

 이번 겨울 지리산 종주산행....어찌 보면 무모한 계획이었을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그러나...최근 여산회 산행에서의

아쉬움....즉 지난 덕유산에서의 아쉬움이 나를 그런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게끔 했던 것 같습니다....그런 무모한 계획에

용감(?)하게도 동참해주며 힘든 산행길에도 해맑은 모습 보여주신 '해리야'님께 감사를 드리고, 특히 아직까지 산에 대한

경험이 많치 않은 저에게 산행에서의 많은 경험을 손수 몸으로 전해주신 터틀님, 강두경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분이 아니었으면 저희가 과연 종주산행을 끝마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두분덕에 즐거운 산행을 하게되었고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앞으로 인연이 있으면 산에서 또 만날 수 있겠지요?

 

긴 산행일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나브로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