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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이란~~

....☞ [사례 2] 동촌님...'멧돼지가 이렇게 생겼구먼...'

'홀대모' 동촌님의 산행기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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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린 소나기로 습도가 조금 높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잡목에 맺힌 물방울들이

어느새 말라있어 발걸음이 가볍다.



한참을 진행하니 앞 쪽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여자 둘과 남자 하나, 그리고 또 대학생 하나해서 모두 네 명이 쉬고 있다.

세 명은 현대자동차 산악회원들로 8월 15일을 대간 연결종주 산행일로 잡아

행사를 진행중이다.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각 구간별로 할당을 해서

하루 만에 대간을 연결시키고 있다.

그 산악회는 하루에 지리산서 진부령까지 대간을 잇는 셈이다. 재미나는 이벤트다.



대학생은 오늘이 지리산에서 출발한 지 40일째라고 한다. 연속종주를 하고 있다.

60리터는 되어보이는 큼직한 배낭을 메고 서 있는 자세가 여유로워 보인다.

건강상태를 물어보니 무릎이 조금 시큰거리지만 큰 탈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젊음이 좋은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럽기조차 하다.

그들 네 명은 구룡령서 만나 조침령까지 함께 간다고 한다.

여성 산꾼 둘의 걸음 속도가 느려 또 앞서 가기로 인사하고 길을 떠난다.

이제 또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걷는다.



등로 곳곳에 멧돼지의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곳은 금방 뒤집은 듯 젖은 흙 위로 마른 흙이 뿌려져 있다.

봉우리를 하나 넘어서자 또 오름 길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제법 올라가야 한다.

조망이 그리 좋지를 못해 그냥 바닥만 보고 걷는다.

자주 등장하는 야생화의 자태에 눈길을 보내며 걷는 순간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춘다.



지형적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안부에서 내 숨소리와 심장의 박동 소리,

그리고 천천히 옮기는 발자국 소리말고 그 어떤 소리가 들렸다.

바로 왼쪽의 잡목사이에서 무언가 투둑하는 느낌이 든다.

양손에 든 스틱에 힘을 주고 앞으로 치켜들어야 하겠다 생각하는 찰나에



“꽤~액!………후다다다닥……..”



내가 서 있는 등로 양쪽에서 도사견만한 누르스럼하고 거무튀튀한

두 마리의 멧돼지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잡목과 등로 사이를 엇갈려 지나가며

앞쪽으로 내 달린다.



왼쪽에서 튀어나온 놈은 예상을 했었지만

오른쪽에서는 미처 심적으로 준비를 하지 못했던 터라

그만 두 발이 얼어 붙어 버렸다.



늘 생각하기를 혹여라도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큰 나무 뒤쪽으로 비켜선다고

다짐을 했지만 막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니 그냥 꼼짝하지 못하고

헉 소리 한번도 질러보지 못하고 몇올 남지 않은 머리칼만 삐죽이 세운다.

혼자서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두 스틱을 부딪히며 소리를 내자 잠시 멈추어 섰던 그놈들이

왼쪽 산 허리를 돌아 넘어 간다.

그들의 속도는 돼지가 아니라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초원의 임팔라 영양 같이 빠르고 민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