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두대간]/백두대간이란~~

....☞ [사례 4] 달아네...'멧돼지와 또 마주치다...'

강원도 구룡령까지 진행한 백두대간 종주산행...

 

그.러.나...

 

피재~댓재에 이르는 23.5km의.... 무척이나 지루하다는 기나긴 한구간과

 

지름티재~희양산성에 이르는 1.2km의 백두대간 최대난코스 희양산 직벽오름길이 있는 짧은 한구간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다녀오지 못했으니 전자는...일정이 맞지 않아서이고 후자는...2002년 말

 

이화령에서 지름티재로 진행중 희양산 못미처 희양산성에서 봉암사 스님들의 제지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지...

 

 

그러니....구룡령까지 나아갔음에도...뒤에 다녀오지 못한 구간이 남아있음으로 인해...

 

뭔지 모를 찝찝한 느낌....응가 하다가...중간에 끊고 나오는 바로 그 느낌(?)을 떨쳐 버리고자....

 

우선 지름티재~희양산성의 짧은 구간을 홀로 다녀오게 된거야.....아침나절...화창한 날씨에...그러나...

 

가는 도중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에선...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겠다고 하니....설마...날씨가

 

이렇게 좋은데...설마...설마했겄만....희양산 아래 은티마을에 도착할 무렵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지름티재로 올라가는 도중 뭔가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으....띠바띠바....

 

지름티재에 도착하자 흩날리는 눈발....최악의 상황에서 백두 대간 최고의 난코스라는 희양산직벽

 

오름길을 오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고....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희양산을 지척에 두고

 

오르지 않는다는게...내 자신에게도 용납이 안되더라구....결국 봉암사스님들이 만들어놓은 출입금지

 

목책을 넘어 희양산으로의 오름길로 접어드니...희양산직벽 오름길 전에 그곳까지 오르는 길도

 

무척이나 가팔랐어......가쁜 숨을 몰아쉬며...남쪽의 구왕봉이 무척 잘 보이는 전망대 바위를

 

지나 또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는 순간.....

 

'두~두~두~두~두~~~~~~'

 

약 15미터 앞...대간길 바로 우측 아래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외로이 홀로 산을 오르는 대간꾼의

 

기척에 놀랐는지....후다닥 도망가니....예전에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가던중 멧돼지를 만나셨다는

 

동촌님의 말씀처럼...멧돼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듯 굼뜬 동물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임팔라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맞은편 언덕너머로 나는 듯이 도망치더라구....

 

'으갸갸~~'....순간적으로 놀람과 두려움에...약 10여초간....발이 얼어붙은 듯....온몸에 소름이 돋고....

 

지난번 오대산 두로봉에서 밤에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물론..그때도 엄청 쫄았지만..같이 가는 행님이 있어..

 

그나마 두려움이 덜했지만....이번엔 환한 대낮에...나홀로 눈보라치는 백두 대간을 가는데 만난 것이라...

 

그 놀람과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나 약한 남자잖아....-_-;;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그자리에서 다시 5분여 고민을 했지.......앞으로 가야하나..

 

아니면...그냥 뒤돌아나와 마을로 내려갈까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어......왜냐면...멧돼지 이넘이 하필이면...

 

내가 가야할 능선쪽으로 도망쳤기 때문이야....이넘이 자기네 패거리를 몽땅 데리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나...'네 이놈...네놈이 날 놀래켰겠다..이넘...한번 죽어봐라'하고 덤비면....

 

난...꼼짝없이 돼지밥(?)이 될 수밖에 더 있겠어? 안그래도 겨울철 산엔 먹을 것이 부족해 민가로

 

내려오는 멧돼지가 많다는데...'옳커니...배고픈데 너 잘만났다~'하고 덤벼들면....꼼짝없이 당할수밖에 없지 머..

 

하.지.만........만약 그 멧돼지가 지난번처럼...엄청 큰 넘이었다면...정말 포기하고 뒤돌아 하산을 했을테지만....

 

다행히 이번에 만난넘은...그때처럼 그렇게 큰 넘이 아니었기에..또...홀로 도망가는 폼이 '왕따 멧돼지'임이

 

틀림없다고 나 홀로 판단을 해버렸지...글구..여기까지 오른게 너무도 아쉬워서...희양산으로 오르기로 결심...

 

앞으로 나아갔어....오른쪽 손엔....긴 나무지팡이를 칼처럼 움켜쥔채 말이지....ㅋㅋㅋ

 

다행히 멧돼지 이넘도 엄청 놀랬는지 다시 나타나진 않았지만...그것보다 더 위험했던건 눈이 쌓이고 표면에 얼음이 꽁꽁 언

 

희양산 직벽오름길을 올라가다 잡고 있던 나무가 부러져 3m가량 아래로 떨어져 옥황상제 방문할뻔했다는거야...

 

희양산에선...멧돼지보다...더 무서운게...그 직벽 오름길이거든....

 

겨울철이 아니라면...희양산 오름길도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었지만.....겨울철엔...정말정말 조심...또 조심해야할

 

곳임에는 틀림없더라구....

 

아무튼....첨으로 홀로 나선 대간산행....어느분이 산행기에서 희양산 직벽 오름길 절벽에 매달려 홀로대간꾼의

 

외로움을 느끼셨다는데...그 기분...이제야 나도 알 것같았어....

 

 

# 봉암사 갈림길에서 바라본 희양산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