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에피소드 하나....'멧돼지와 마주치다..'...
때는 2003년 8월 14일 안개 자욱한 밤시간......장소는 오대산 두로봉 근처.....등장인물...창훈형, 달아네..
5박 6일의 백두대간 산행도 그 막바지로 향하는 때였어....내 꼬락서니를 짐작하건데....
거지가 친구하자고 따라다닐 정도는 될꺼야...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땀에 절은 옷과
세수도 하지 못한 내 꼬라지를 생각하니...피식 웃음만 나오데...진고개에서 동대산으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매표소 아지매한테 자연휴식년제 출입금지기간이라 못들어간다고 제지당했기에...
꼬리를 내리고 물러서서 아래쪽 개구멍(배추밭)으로 몰래 대간에 다시 진입한뒤 동대산에 올랐지..
그때까진 분위기 좋았어....근데 점점더 우리 둘의 야영지가 될 두로봉에 접근할수록 곳곳에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이 엄청나게 많은게 조금씩 불안한거야...어떤 흔적은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파헤쳐져진듯....흙냄새가 풀풀 풍기더라고....그래도 뭐....그다지 신경쓴건 아냐....설마했지...설마...
그 설마란 넘이......사람 잡더만.....
그날 밤에 야영을 하려면 도중에 식수를 구해야 했어...해는 지고 시간은 밤 8시...안개는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게 끼었어...완전 '전설의 고향' �트장 따로 없더만..마침 두로봉 직전 북대사 갈림길에서 북대사쪽으로
300여미터쯤 가면 물이 있다는 표시가 있기에....갈림길에 고상보따리를 휙 내삐리고...북대사쪽으로 튀었어....
아니 근데 말이야...오대산 국립공원에 표시된 길이라면...제법 길이 잘 나있고 리본도 제법 걸려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이런....리본은 커녕...길도 제대로 보이질 않는거야...리본 대신 누군가 휴지를 걸어놓았는데..
우린 그걸 따라 가고 또 간거야...근데 지도상엔..틀림없이 내림길이 아닌데...무지막지하게 내려가더라구...
그리고...아무리 가도...계곡소리는 커녕...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는거야.. 그리고 주변엔...온통
멧돼지들이 온산을 뒤집어 엎어놓은 흔적만 있는거야....이러다 길까지 잃어버리겠다 싶어 창훈형과 다시
북대사갈림길로 돌아갈수 밖에 없었어....북대사 갈림길로 가는 길도 쉽진 않았어...어렴풋이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내며 겨우겨우 북대사 갈림길에 다시 돌아올수 있었어....물도 못구하고..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말이지..
덴장덴장덴장덴장...
자....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거야..물을 구하지 못했다는 낭패감에 별 생각없이 가까이에 있는 두로봉을
향해 오른거야.....창훈형이 앞서 가고 내가 뒤를 쫓아가는 모양새였지....그.런.데....한 10여분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앞에 가던 창훈형이....
'으~아~~~~~~~~~~~~~ 으~아~~~~~~~~~~~~~~~~~'
인간이 낼수 있는 극한의 큰 목소리로 외쳐대는 거야...
뒤따라가던 나....첨엔...귀신 나타난줄 알았어....멧돼지보다 창훈형 고함소리에 더 놀랬다니까...
솔직히...아니 이 형이...갑자기 실성을 했나 싶었어...글구..나도 순간적으로 놀랬던지...상황파악이 안되더라구...
그랬는데...창훈형이 소리를 지리는거야...
'멧.돼.지.다.....빨리 소리 질러.....그리고 주위에 돌 주워서 집어 던져....'
그제서야 나도 상황파악이 된거야...아.....말로만 듣던....멧선생과의 조우......하필이면..왜 나에게 말이야...
이 안개자욱하고 캄캄한...첩첩산중 백두대간 자락에서 멧선생을 만나냔 말이야...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놀래서인지...아니면...쫄아서인지...목소리가 안나오는 거야......덴장....
그때....멧돼지의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데.....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
왜....개같은 동물이...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으르렁 거리는 소리 있잖아.....그 소리를 멧선생이 내고 있는거야...
바로 5미터쯤 앞에서 말이지....뜨아......진짜 몸이 경직되더만....뭐...멧돼지가 왠만해선 사람을 공격하진
않는다고 하지만.....한번 당해보라구..엄청 큰 멧돼지가 앞에 떡 버티고 서서 덤비려고 하는데...안 놀랠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해....나...딱 한번밖에 소리지르지 못했어...글고...주변에 바위 한두개를 집어던지긴 했는데...앞에 있던
창훈형은...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지르고 돌멩이 집어던지고.....
아니...근데 그렇게 사람이 놀래서 난리를 치는데....그정도 했으면...이넘의 멧선생도 ..좀 도망가줘야 하는거 아냐?
아니 근디...이넘이 꼼짝도 안하고 버티고 서 있는거야...정말...암담하더만....남들은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살아온 날들..
부모님 생각, 가족 생각이 난다는데.....그런 생각은 커녕...어떻게하면...살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안 나더만...
멧돼지들의 힘이 얼마나 센가 하면....멧돼지가 코로 들이박는 힘이 자그마치 2t 이라더만....한번 받히는 날이면....
난.....장가 한번 못가보고 총각귀신 되는거 아니겠어? '여기는 내땅이야~'라 보여주려는듯..도망치지 않고 버티고 서있는 멧선생...
침착해야지...주변을 살펴보니...아하....이런...알고 보니...우리가 멧선생 저녁식사하는 곳을 침범한 불청객이더라구...
대간길을 가다가 주변에 멧선생이 파놓은 흔적을 길로 착각하고 멧선생이 맛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우리가 잘못 들어간 셈이야....우리도 놀랬겠지만...멧선생도 월매나 놀랬겠어? 자세히 보니...우리들 길은 그곳에서
약 5미터 우측으로 나 있더라구....덴장덴장..더이상 도망가지 않고 서 있는 멧돼지에 맞서...우리는...............36계로 맞섰어..
'튀자...'
조심조심 뒷걸음 치며....혹시나 이넘어 덤벼들지 않을까 주의하며 대간길에 접어들어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어....
뒤통수가 근질근질했지만....뒤를 돌아볼수도 없었어....그렇게 정신없이 가다보니까...그제서야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드는거야..
어라 이상하다...우린 틀림없이 두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는데...왜 자꾸 내려가지?.....뭐...내려가다 올라가겠지...
이런 생각으로 10여분을 정신없이 도망치다 반가운 이정표를 만났어.....반가운 이정표......덴장...낯익은 이정표라 해야하겠지..
아니 글쎄....좀전에 물뜨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았던 북대사 갈림길로 우린 다시 돌아온거야...이런 덴장덴장덴장덴장....
너무 놀래다 보니까...방향감각을 잃고 거꾸로 되돌아 오고 있었던거지...소위 말하는 '돌바'라는 걸 나도 겪게 될줄이야...
자.....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엔 도저히 잠잘수 있을만한 곳이 아니야...잠을 잘만한 곳은 한참 아래 공터, 아니면..
윗쪽 두로봉밖에 없거든....올라온길 다시 내려가긴 죽어도 싫고...그렇다고 다시 멧돼지 만난곳으로 오리긴 더더욱 싫고...
에라....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결국 우린 다시 올라가기로 결정했어.....
다시 두로봉으로 올라가는길.....전전긍긍...노심초사.....특히나 멧선생을 만났던 곳을 지날때 우리는 극도로 긴장했어....
가슴이 두근두근이 아니라...벌렁벌렁 하더만....다행히 멧선생은...밥맛이 떨어졌는지...보이질 않더라구...휴...다행이다...
그렇치만....우린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10여분을 더 올라....두로봉 정상에 도착한거야....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두로봉 정상에 서니...그제서야 내 왼쪽 팔에 들려져있는 커다란 바윗덩어리(?)의 존재를 느꼈어.....좀전에 멧선생을 만날때
들고 있었던건데....얼마나 긴장했는지 두로봉 정상에 다시 이를때까지 내 왼손에 그게 들려있는줄 몰랐다니까?
어쨌든...두로봉 정상에 이르렀으니...잠은 자야 하겠는데...잠이 올턱이 있겠어? 언제 멧선생이 다시 방문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거든....대충 텐트를 치고나서...약 두시간 동안 개스버너를 활활태우고 불장난을 하면서 멧선생의
방문을 거부했어....두시간후...개스도 다 떨어지고....텐트속으로 들어가서도...조그만 소리에도 벌떡 벌떡 일어나 빼꼼히
바깥을 쳐다보고.....한번은 창훈형이 갑자기 '으~아~~~~'소리를 지르며 일어나기에...진짜루 멧선생이 다시 방문한줄
알고 월매나 놀랬던지...나중에 알고 봤더니...부스럭 거리던 소리는....다람쥐란 넘이 우리 행동식을 갉아먹고 있던 소리였더만..
그렇게 그렇게......영원히 오지 않을것같았던 아침은....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우리 두 눈을 토끼눈으로 만든후에야...찾아왔어...
( 대간산행기와 사진은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 아래 사진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두로봉 정상에서의 우리들의 아지트입니다........담날 아침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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