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작...그러나 시작부터 너무나 고달펐다'...백두대간 1일차(천왕봉~장터목) 산행기
◈ 산행구간 : 추성리 ~ 선녀탕 ~ 지리산 천왕봉(1915m) ~ 제석봉 ~ 장터목 ~ 백무동
◈ 산행거리 : 1.6km (도상거리_순수 백두대간(천왕봉~장터목)만).... 접속거리 포함하면 17.1km
◈ 산행일자 : 2006년 12월 16~17일
◈ 산 행 팀 : 은산님, 임호빈님, 소주한잔님, 하늘재선녀님, 해선(달빛천사)님, 그리고 달아네...
◈ 산행날씨 : 흐리고...눈....그리고 눈.보.라.....-_-;
◈ 총소요시간 : 1시간 24분 (순수 백두대간(천왕봉~장터목)만...큰 의미없음)...접속구간 포함하면...17시간 2분 소요
◈ 구간대별 소요시간 (주황색-접속구간, 파란색-대간구간)
15일 집(22:25) - 16일 시암재 휴게소(02:15)/휴식(02:35) - 추성리 주차장(03:10)/아침식사(04:15) - 7분 - 추성리 매표소(04:22)
- 8분 - 장구목(04:30)/휴식(04:35) - 18분 - 두지교(04:53) - 1시간 11분 - 선녀탕(06:04)/휴식(06:12) - 8분 - 옥녀탕((06:20)
- 14분 - 비선담(06:34) - 19분 - 휴식년제 구간(06:53) - 57분 - 칠선폭포(07:50)/휴식(08:05) - 17분 - 대륙폭포(08:23)
- 3시간 2분 - 마폭포(11:25)/점심식사(12:50) - 2시간 52분 - 백두대간 주능선(15:42)/휴식(15:46) - 지리산 천왕봉(15:52)/휴식(15:57)
- 1시간 24분 - 장터목산장(17:21)/17일(09:25) - 59분 - 망바위(10:24) - 1시간 23분 - 참샘(11:47)/휴식(11:52)
- 1시간 38분 - 백무동 매표소(13:30)/휴식(14:40) - (차량회수) - 시암재 휴게소(17:00) - (차량회수) - 백무동(18:40)/휴식(20:30)
- 18일 집(01:00)
◈ 산행기
사실.. 지난 2002년 백두대간에 첫발을 내딛었을때엔...어떤...큰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그저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산하의 등줄기를
내 두 발로 걷는데 의미를 두었는데.... 어느 정도 대간길을 걸었을때...'사진'이란 취미를 접하게 되고 보니... 물론...산행기를 남기긴
했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한것이...진부령으로 내려서는 순간까지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더랬죠...
그와 더불어...대간 초창기...산악회와 함께 했을때...이른 새벽 출발로 인해 산행의 절반가량을 어둠속에서...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진행함으로 인해...우리 산하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너무나 컸던게... 이번 은산님, 하늘재선녀님, 해선님의
대간입문산행에 동행을 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악천후로 인해 예정된 코스를 진행하지 못하여...A/S 산행으로
다음번 지리산 구간 동반산행을 약속하긴 했는데.... 그 이후로도... 저의 두번째 대간길이 이어질지는....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뭐....마음이 가는대로....어떻게 되겠지요...
이번 지리산 산행은....제목 그대로...저에게 있어...사상 최악의 산행으로 기억될....무척이나 고달펐던 산행이었습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란 말도 있는데.... 이번 산행은 저에게...오직 상처뿐인 산행으로만 기억될듯 합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너무나도 힘겨웠던...그 날로 다시 한번 들어가 보렵니다...
(F11 버튼을 누르고 보시면...훨씬 편합니다...)
# 1. 최장접속거리, 최단 대간진행거리의 기록을 세운 산행이 아닌가 싶다...11시간 기어올라...1시간 남짓 대간길을 진행했으니 말이다..
하늘재선녀님의 백두대간입문산행의 들머리로...난 당연히 중산리, 또는 백무동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함께 동행해주시기로 한
임호빈님께서....'칠선계곡'으로 올라가자고 하시네... 칠선이라... 출입제한구역이라...왠지 깨림직한데.... 그래도.. 초보인 선녀님이
가시는데...설마 칠선계곡을 끝까지 내세우시진 않겠지... 이번 산행을 알고 있는 홀대모,홀산님들의 의견들 역시...
'왜 그리 가느냐?', '너무 무리한 일정이다..' .....심지어 대명님께서는...'선녀를 죽일셈이냐???' ^o^;;.... 이런 반응을 보이시니...
설마...계속 칠선을 주장하시진 않겠지 싶어... 태평하고 있었고...어느새 산장예약일이 다음날로 다가왔는데..
임호빈님의 생각은 변함이 없으시다는... 아니...도저히 그 고집(?)을 꺾기 힘드니...그냥 칠선으로 올라가자는 선녀님의 연락에..
'아이쿠~'싶어... 그날 저녁 칠선계곡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서 주워담기 시작했어.... 두어시간동안 주워담은 정보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절.대.불.가'였어.... 칠선계곡에 대한 평은...대개 '우리나라 3대 계곡', '최후의 원시림'...뭐 여기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죽음의 계곡', '조난자가 많은 곳', '하산로로 주로 사용되는곳'....하이고야....이건 뭐... 사람 잡는 곳이구나....-_-;
밤늦게까지 돌머리를 굴려 보았지만...역시...칠선계곡을 들머리로 삼는것 절대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선녀님께 연락을 하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임호빈님이 워낙에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시니...오히려 내가 설득당했어... '
'아니...그 부드러운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고집 엄청 세더라구.... 달아네가 함 얘기해봐...'
흠.... 내 비록...어르신들 말씀이라면... '옛써~ 옛써~~'를 남발하긴 하지만....이건 좀 무리다 싶어 다음날 아침 산장예약하기
전에 전화를 드려 칠선계곡은 힘드니...중산리나 백무동으로 올라 벽소령까지 진행하는 걸로 하고...벽소령산장에 예약을 하겠다
말씀드리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이거야..... 그.러.나...
다음날 아침..여차저차하여 임호빈님의 전화를 받지 못한채 벽소령산장예약을 했고...그 직후 임호빈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예약 어디에 했어?'
'넵...벽소령에 했습니다...'
'왜 거기 했어..... 지.금. 당.장. 세.석.산.장. 예.약.해....'
'흠...저기...칠선계곡은 좀 무리가 아닐~~~'
'괜.찮.아...갈수 있어.... 세석산장 지금 예약하라구...'
'넵~!!! -_-;'
전날의 나의 굳은 결심은... 단호한 임호빈님의 목소리에...산산히 부서지고....
이렇게 하야....쪽팔리지만....나는 '찍'소리도 못해보고.... 다행인지 불행인지...몇자리 남지 않은 세석산장에 예약을 하게 되었고...
우리의 산행들머리는.... '아무 죄도 없는 나뭇꾼으로만 오시라'던 칠선계곡으로 정해졌고.... '죽음의 계곡'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출입통제구역'을 들어선다는 일말의 초조함을 가진채...결전의 날을 맞이하게 된거야~~~
1. 지리산으로.....역시 지리산은 먼 곳이었다...
오랜만에 나서는...장기(?)산행인지라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았지만... 시간 여유가 있어 마냥 느긋하기만 했어... 에고...그런데
하필 떠나는 날 일(?)이 터져 여차저차하여 일을 마무리 지었을땐...이미 저녁 7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어... 저녁 8시 반에 하늘재선녀님과
만나기로 했는데...도저히 시간에 맞출수 없을것 같아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9시 반으로 시간을 늦추고는...마트에 들려 대충 이틀치
먹거리를 장만하고 부지런히 짐을 싸는데 9시도 되기 전부터 선녀님으로부터 전화가 5분 간격으로 걸려오네...
'나 지금 시내 도착했는데...나 뭐하고 있어?'
'다 되어 가?
'얼마나 더 기다려 되는겨?'
'뭐해? 아직도?'
....
에고....배낭이 적어서 버벅대고 있는데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결국 약속했던 9시 반을 지키지도 못하고....9시 50분이 되어서야..
그마저도 배낭을 완벽히 꾸리지 못하고...계속되는 독촉(?)전화에 못다챙긴 짐들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대충 쑤셔 넣고는
시내로 내려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선녀님과 만나니..... 아이쿠야...선녀님의 매서운 눈초리가 온몸을 콕콕 찌르는구만~~!!!
내 차를 가지고 가려 했기에 선녀님의 차를 공설운동장 주차장에 고이 모셔놓고... 이미 대간출정식을 끝내고 지리산으로 출발했다는
서울팀의 연락에 우리 역시 조촐하게나마 사진한장으로 대간출정식을 가지려 했더니....헐.... 야밤에...누가 찍어줄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삼각대도 없으니... 맨바닥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셀프타이머모드로 찍으려니...후다다닥=3=3=3... 아주 발이 고생하는구만...
리모콘이 있는데...꺼내기 귀찮아서...(이 귀차니즘은 지리산에서도 여지없이 발동하여... 배낭속에 아이젠이 있었지만...수십차례
'자빠링'하게 만들었다는...-_-;) 결국 열댓장을 실패하고 나서야 겨우 사진 한장을 남기고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어~!!!
# 2. 열댓장을 연속실패하고 어렵게 얻은 '대간출정식' 사진~!!! 이번 산행에서 나만큼이나 무쟈게 고생했던 88호와 함께 했다...
# 3. 기분 어때요? ........'따봉~!!!'
상주를 지나 김천을 거치며 황악바람님께 신고전화를 올리고 거창으로 향하다 길을 잘못들어 과감히(사실은 선녀님이 괜찮다고...그냥
올라가라고 꼬드겼음...-_-;) 반대편차선으로 역주행을 감행하는 무모한 짓도 저지르며 거창에 도착.... 시내에서 살짝 헤메다 88올림픽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국도보다 못한 고속도로를 조심스레 내달리니.... 스피드광인 선녀님은...불만가득한 표정...'좀 밟아봐~!!!'...
잠깐 쉬려 휴게소에 들르니.. 흐미... 불이 꺼져 있는 휴게소...이놈의 고속도로는 길도 개판이고...휴게소도 개판일세...
지난 2003년 홀대모 조고문님과의 인연이 있는 '지리산 IC'로 나오니...꼴에 고속도로라고...요금도 받는구만... 거리에 비해 비교적
요금이 저렴(거창~지리산 IC 1300냥)한걸 보니...그래도 양심은 있는가벼~!!! 지리산 IC를 나와 인월에서 아무 생각없이 표지판에서
지난 대간종주때 몇번 보아 낯익은 지명인 '운봉'을 보고 우회전하여 7~8분여를 신나게 내달리니....어라...'바래봉'이란 지명이
나오는거야....순간...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갓길에 차를 대고...이미 도착하여 시암재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호빈님께
전화를 드려 문의하니..
'왜 그리 갔어?....음...뭐 하긴 그쪽으로 계속 가서 정령치로 넘어오면 되긴 되겠네....'
그제서야...지도책을 펼쳐보니...인월에서 직진을 했었어야 함을 깨닫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정령치란 고개 역시 만만찮은
고개이기에 다시 인월로 돌아가니....헐...벌써 도로상에서 두번째 알바로다.... 생각보다 엄청 길고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30여분 올라
안개자욱한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하니...일행들은 보이지 않고...아차차...정신머리하곤......시암재에서 만나기로 했지...-_-;
다시 구례쪽으로 조금 내려서 시암재 휴게소에 도착... 서울팀과 만나...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특히나...온라인상으로는
3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해선(달빛천사)님을...첨 만나뵙게 되어 무척 반가웠는데...이거 원...어찌나 깜깜한지..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해서...좀 미안하더라구....해선님...두팔 벌려 반겨주지 않아서 서운했쥬?(나만의 생각인가???)...비닐봉지속에 대충 쑤셔놓은
짐을 다시 정리하고...불필요한것들은 차에 놓아두고..... 또한번...기념사진 한장을 찍고는...이틀동안 홀로 있어야 할 88호와
작별을 하고... 6명이 소나타3에 올랐는데....헐...이럴땐 등빨 좋은게 좋구만... 단지 한등빨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 대신
조수석에 앉게 되니...그 죄로 배낭 두개를 안고 타야만 했지만...뭐...뒷좌석에 비좁게 앉은 네분에 비하면야...룰루랄라~!!!
# 4. 시암재휴게소에서 먼저 도착해 있던 서울팀과 합류... 급하게 나오느라 비닐봉지에 대충 쑤셔넣은 짐을 꺼내어 배낭에 넣고
불필요한 짐들...코펠, 매트리스등은 차안에 놔두니... 그제서야 배낭 지퍼가 어렵사리 잠긴다...
시암재휴게소 출발 직전.... 다함께 차차차...좌로부터 '임호빈'님, '하늘재선녀'님, '소주한잔'님, '은산'님, '해선(달빛천사)'님...
# 5. 찍새를 바꿔서...달아네도....
2. 추성리로...
임호빈님의 무시무시한 중앙선무시주행법을 앞좌석에 앉아 몸소 체험하며 30여분을 달려 칠선계곡 들머리인 추성리에 도착했어..
단 한대만이 주차되어 있는 넓은 추성리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선녀님께서 미리 준비한 미역국과 밥으로 느긋하게 아침밥을 해결하고..
다시 한번 배낭을 점검하며 불필요한 건 빼내고... 그 와중에 선녀님 배낭에서 나온 비누, 치약, 샴푸등등이 튀어나오니....
임호빈님 - '아니 이건 왜 가져 왔어?'
선녀님 - '산장에서 쓸려구요~!!!'
임호빈님 - '헉....산장에 씻을데 없는데.....글구 누가 산에서 이런거 사용해? 요즘 산에서 비누, 샴푸 사용 안하는데...'
선녀님 - '아니...우리집에 들리는 대간꾼들이 다들 비누,샴푸 가지고 다니길래....나도 가져왔지...'
임호빈님 - '아니...그래도 그렇지....어떻게 지리산 산장에 욕실이 있을거라 생각해?'
선녀님 - '(짜증)우쒸...나도 몰라....싸부가 그런것도 안 가르쳐줬어...다 싸부탓이야....'
달아네 - (엥? 불똥이 나한테 튀네....)'네....다 제 잘못입니다...-_-;...제가 쥑일놈입니다....'
이것저것 빼낼건 빼내었는데도....너무나도 묵직하기만한 배낭을 메고....설레임반, 두려움반 심정으로...
드디어....주차장을 출발하여....극악의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는...고생길(?)에 오르기 시작했어...(16일 04:15)
# 6. 추성리 주차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선녀님표 미역국이 끝내줬어유~!!
# 7. 추성리 주차장에서.....이 넓은 주차장에...차량은 달랑 2대.... 이때만해도...별이 초롱초롱했는데 말이쥐~~~~
# 8. 마지막으로 배낭점검을 하고....
# 9. '비누? 샴푸? 치약?....누가 이런거 산에 가져오래?'........'싸부가 안 가르쳐줬어요~~'..............OTL...
# 10. 헤드랜턴으로 어둠을 밝히고 조심스레.... 매표소를 향해 출발한다...
3. 추성리 ~ 출입제한구역 목책 - 가을에...꼭 다시 와보리라 다짐..또 다짐케 할정도로...어둠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던곳...
주차장을 출발하여 여느 국립공원처럼 민박촌을 지나는데...도둑놈 제발 저린다고...뒤쪽에서 들려오는 차량소리에도 혹여 공단직원이
아닐까 싶어 올라서는 발걸음이 빨라지고...여차하면 골목으로 짱박히리라 준비하고 있는데...다행히(?) 마을주민의 차인듯....안도의
한숨을 쉬며.. 작은 다리를 건너니...위압감을 주는 매표소가 나타나는데.... 혹시나 싶어 다들 숨소리마저 죽이며 발걸음을 빨리하며
매표소를 통과하지만...그 와중에도 매표소 사진 한장 남기는걸 잊지 않았지....^^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꽤나 가파른 포장길이 이어지는데....초반부터 선녀님과 뒷쪽에 쳐져 느긋하게 오르기 시작했어...
10여분정도 오르니 앞서가던 분들이 쉬고 계신 고개 정상에 이르렀는데...이곳이 '장구목'이라네.... (04:30) 이곳부턴 좁은 산길이
이어지는데...철제지게도 놓여있는걸로 보아 이곳까지 차로 물건을 나르고, 장구목에서 안쪽 마을까지 지게로 짐을 나르는가봐...
어지간하면...카메라 꺼내서...지게도 한번 찍어줄만하지만...날이 추우니...카메라 꺼내기도 귀찮고....그래서...패스하고...
장구목을 출발하여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는데.... 좌측으로 낭떠러지인 사면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진행하니...민가 몇채가 나오고..
'두지동'인가? 밤중에 뭐 보이는건 없고...두지교를 건너 그저 앞서가는분들 뒤만 졸졸 쫓아가니...뱃속을 비워달라는 신호가 오네...
(결국 이게 산행내내 나를 고생시킨 장염의 시발점이었다...) 뒤에 쳐져 지뢰매설을 하자니...하이고마...곰선생이 같이 누자 할까봐
부리나케 밀어내기를 끝내고... 일행을 따라잡으니...'벌써 볼일 다 봤어?'...'네....좀 으시시해서....순식간에 해치웠슈~~~'
# 11. 여름이면...손님들로 붐빌 민박촌을 지나는데....뒷쪽에서 차량소리가 들려와 쪼매 쫄았다는....역시..죄짓고는 못사는 법...
# 12. 분단의 아픔이 묻어나는 안내판도 읽어보고....
# 13. 찔리는게 있으니...숨소리마저 죽이며 빠른걸음으로 매표소를 통과한다...
# 14.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소리쳐~♪'.............................................죄송함다...
# 15. 매표소를 지나자 꽤나 가파른 포장도로가 한동안 이어진다... 선녀님, 소주한잔님과 뒤에 처져 느긋하게 오른다...
# 16. 장구목에 도착....다시 한번 배낭을 재점검하고 출발한다...
# 17. 어둠속에 민가 몇채가 나타나는데...이곳이 '두지동'인가?
# 18. '두지교'를 지나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 19.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 위에서....
계곡을 여러번 건너며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어둠속이라 잘 보이진 않치만... 발아래로 깊은 계곡이 있음을 느낌으로, 그리고 계곡물
소리로 알수 있었어...등산로가 제법 잘 정비되어 있고... 비선담까지는 개방구역이라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법한 곳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길을 잘못들어 헤메기도 하며...추성리 주차장을 출발한지 1시간 50여분만에 '선녀탕'에 도착했어... (06:04) 지도상에 2시간
거리라고 나와 있는데...이정도면...선방한거지? 이런 발걸음이면...천왕봉에 12시정도면 도착할수 있으리라 이때는 생각했지....물론..
나중에 오판이었음이 밝혀지지만 말이야.... 선녀탕을 앞에두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있고 다리 중간에 전망대까지 있어
사진찍기에 좋을법한데....뭐...깜깜하니...뵈는게 있어야쥐....카메라 감도를 최대한 올리고 찍어봐도...그저 시커멓게만 나오고...
그렇다고 올라가기 바쁜데 장노출주기도 뭣하고 해서...아쉬우나마 감도를 최대한 올리고 플래시 풀발광으로 한컷 남기고는...
선녀탕을 출발....조금 더 오르니...이번엔 '옥녀탕'이란 곳이 기다리고 있네...밤에 보니...그저 물웅덩이로밖에 보이지 않더라구..
햐...이런 아름다울듯한...곳을...야밤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진행해야만 한다는게 너무나 아쉽더라구...나중에 밝은날 다시
칠선을 찾으리라 다짐하고...발걸음을 재촉했어...
# 20. 짧은 휴식을 취하고...
# 21. 선녀탕이 지척일세....
# 22. 선녀탕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에 이르니....다리 중간 전망대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며 선녀탕을 느껴보려 하는데....
# 23. 칠흑같은 어둠속에...뭐 뵈는게 있어야쥐.... 장노출 사진을 찍을 시간도 없고 해서 감도를 최대한 올리고 플래쉬를 풀발광하여
어렵사리 한컷 담아 보는데....흠.........뭐...이정도가 한계....밝은날 다시 찾으리라 다짐해본다...
# 24. 우리가 가야할 '칠선폭포', '마폭포', '천왕봉'도 표시되어 있다...역시 이때만해도..마폭포, 천왕봉 만나기가 그렇게 어려울줄 전혀
알지 못했다........
# 25. 여긴 '옥녀탕'이라는데... 역시...뵈는게 없으므로....이 정도 사진 한장으로 만족하고 패스...
# 26. 요것이 없으면...이곳이 '옥녀탕'인지도 모르고 지나칠뻔...
칠선계곡을 일년에 한번정도 계속해서 찾으셨다는 임호빈님의 말씀에 의하면... 선녀탕 이후로는 안전시설이 거의 없고
계곡을 여러번 건너야 하는 꽤나 험난한 코스가 이어진다고 하셨는데...의외로 비선담에 이르기까지...최근 비선담까지 개방이
확대된 탓인지 설치된지 얼마 되지 않은 여러 안전시설과 다리들이 생겨나서 비교적 손쉽게 오를수 있었어...비선담을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지나 공터에서 다시 휴식을 취하며, 옷을 벗어 배낭에 매달고는... 먼저 출발한 세분을 좇아 출발...어슴프레 날이 밝아올
무렵에...드디어...출입제한구역 목책을 넘어 최후의 원시림이라는 칠선계곡의 심장부로...스며들어 갔어...
# 27. 설치된지 얼마 되지 않은듯한 철다리를 지나며....
# 28. 요 철다리 아래가 '비선담'이랜다....
# 29. '출입금지, '출입금지', '출입금지'..............................................다시 한번...'죄송함다...'
# 30. 나 역시 니들처럼...두 손으로 막고 싶었어...이곳 칠선으로 오르는걸 말이야...-_-;
4. 출입제한구역 목책~마폭포 -- '마폭포는 마지막폭포의 준말이라던데...아무래도 '魔폭포'가 아닐런지~~'
출입제한구역 목책을 지나서부터는 서서히 날이 밝아와...그제서야...칠선계곡의 본모습을 볼수 있었어...천불동계곡,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계곡중에 하나라는 칠선계곡...탐라계곡은 가보지 못해서 알수 없지만...천불동계곡에 비하면...뭐랄까...미적인
관점에서는 좀...많이 못미치고...하지만...계곡의 규모면에서는...그에 못지 않은것 같았어... 출입제한구역으로 묶인 탓에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등산로의 흔적은 매~우 희미하더라구... 국립공원의 여느 등산로와는 달리 겨울임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이끼들이
등로를 뒤덮고 있어... 최후의 처녀림이라 불리워지는게 헛말은 아니구나 싶었어.... 부득이하게 이끼를 밟아야만 하는 곳을 지날때는
그저 '이끼'한테 무지 미안한 마음만 들고....
갈수기인탓에 수량이 적은 계곡을 가운데 두고...좌우로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때로는 계곡을 따라 오르기도 하다 보니... 일행들의
간격이 넓어지며 사면을 타고 오르는 분, 계곡을 따라 오르는 분들이 나뉘어지게 되고...칠선폭포를 만나면 계곡을 건너야 하니
무조건 계곡으로 내려서라는 임호빈님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며 계곡 우측 사면으로 이어진 희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여...
마침내 금단의 목책을 넘은지 1시간여 만에 칠선폭포에 도착...휴식을 취했어....(07:50)
# 31. 출입제한구역 목책을 넘인 이후로 뚜렷했던 등로는 사라지고...계곡을 가운데두고, 좌우측 사면으로, 혹은 계곡을 따라 오르기도
한다... 목책을 넘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을 건너며...한컷....바위위에 올려놓고 찍었는데...하단에 바위가 나와버렸다..-_-;
# 32. 중간지점에 위치한 이정표...거리상으로는 중간지점이지만...시간상으로는...겨우 1/3지점이라 할수 있다...그만큼...
이곳부터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은....꽤나 힘든 구간이었다....
# 33. 설악산 천불동 계곡이 매끄러운 여성미를 보여준다면....칠선계곡은 거친 남성미를 느껴진다고나 할까?
# 34. 이름모를 와폭을 만나 다시 한번 계곡을 가로지르고...
# 35. 목책을 넘은지 1시간여만에...'칠선폭포'에 도착...휴식을 취한다...
# 36. 증명사진 모드로 들어가서... 산행내내 비실대는 달아네땜시 후미에서 고생하신 '소주한잔'님...
# 37. '시나브로 백두대간'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알게된지 3년만에... 만나게 된 해선(달빛천사)님...방가워유~!!!
# 38. 문경새재지구대장님께 달아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토록 하시겠다던 '은산'님...흐미.. 행동거지 조심하고 있습니다...^o^;
# 39. 계곡을 대표하는 이름을 가진 '칠선폭포'....음...멋지긴 하지만...오히려 '대륙폭포'에 '칠선'이름을 붙이는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다..)
# 40. 칠선폭포에서....
칠선폭포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출발... 등로는 폭포 아래에서 계곡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가로질러 폭포 좌측 사면으로 기어 올라가
다시 폭포 상단부에서 계곡을 건너뛰어 반대편 우측 사면으로 이어졌어... 계곡과 사면을 오르내리며 거의 등로라고도 할수 없는
무척 희미한 길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고도를 높여 가는데....흠냐...어째 몸컨디션이 정상이 아닌게 조금씩 느껴지는거야...
지난 10월 대간졸업산행이후...탱자탱자 놀기만 하다가...덜컥...지리산종주일정이 잡혀...선녀님 모시고 동네 야산(죄다 백두대간..-_-;)으로
준비운동 가려다...여차저차한 사정으로 가지 못했으니...몸이 정신을 못차리고.... 전날 밤을 꼬박 새고 산행을 하니 뇌도 정신을 못차리고
헤롱헤롱~~~ @o@..... 게다가 왜 배는 살살 아픈겨.... 아랫배가 아프면...살짝 볼일보면 끝날일인데....아랫배,윗배 할거 없이
조금씩 통증이 지속되니...덴장...이게 뭔일이래....(뭔일이긴...장염초기증상이쥐...-_-;) ....
칠선폭포를 출발한지 20여분만에 도착한 대륙폭포에서... 다른분들은 등로에서 약 5~60여미터 떨어져 있는 대륙폭포로 가지 않고...
커다란 카메라 메고 온 달아네 배려해주신다며...기다리고 있을테니 혼자 대륙폭포로 올라가서 사진찍고 내려오라는 호의를 베풀어
주시는데...이미 칠선폭포를 출발할때부터 정상이 아닌 몸상태...서서히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하는데...그래도 어르신들의 호의를
무시할수 없어 배낭을 내려놓고 홀로 비틀거리며 계곡을 따라 대륙폭포로 기어 올라가 어렵사리(삼각대가 없어서..-_-;) 폭포사진을
담고는 또 다시 비틀거리며 내려와 일행과 합류했어...
# 41. 칠선폭포에서...
# 42. 계곡 우측사면을 따라 20여분쯤 오르면 '대륙폭포'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여느때같으면...그냥 지나칠수 없는
곳이지만...몸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선...그냥 지나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그러나...이미 앞서가시는
어르신들이 대륙폭포쪽으로 내려가시는데....어쩌랴...뒤를 따를수밖에...
# 43. 대륙폭포는 등로에서 5~60m쯤 떨어져 있었는데 상당히 규모가 큰 폭포였다...... 홀로 카메라만 가지고 폭포로 올라서서
삼각대가 없으니...주위의 돌들로 대충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어렵사리 한컷 담았다....
대륙폭포를 출발하여 여전히 계곡 우측 사면으로 이어진 등로를 따르거나 계곡으로 내려서기를 반복하며 30여분을 올라 칠선폭포와
비슷한 분위기의 무명폭포에 이르고(08:57) 이 무명폭에서 다시 계곡을 건너 좌측 사면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직벽을 오르는데 출입
금지구역임에도 튼튼한 로프가 매어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올라설수 있었어.... 무명폭 상단에서 물을 건너는데 사진을 찍느라
뒤에 처져 마지막으로 물을 건너는데 순간 물때가 묻은 바위면을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며 하마터면 폭포 아래로 떨어질뻔한
위험천만한 일을 겪으니....가슴이 콩당콩당~~~ 만약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면...흐미...뭐...오늘 산행 쫑이지 뭐~!!!
미끄러지는 순간에도...폭포 아래로 떨어지면...카메라 가방을 번쩍 쳐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으니...사진이 뭔지...-_-;
2년전인가...북한산 비봉능선 탈때엔...발이 꼬여 바위면에 앞으로 엎어지는 순간....목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두손으로 땅을 짚을 생각도 않고 카메라를 번쩍 들어올려 멋진 '가슴낙법'으로 철~푸덕...땅바닥과 한몸이 된
쓰라린 기억도 떠오르는구만....집에 오니...가슴엔 시퍼런 멍이...턱엔 기스(?)가...-_-; 그때 같이 가던 분이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 그려.....
'카메라는 괜찮으니...툭툭 털고 일어나요~~~' T.T
# 44. 칠선폭포와 비슷한 분위기의 무명폭포... 이곳에서 계곡으로 가로질러 로프가 매어져 있는 좌측 직벽을 올라
폭포 상단에서 물을 건너야 하는데....그 상단에서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밟아 자빠링 했던 것이다...
# 45. 무명폭 좌측...로프가 매어져 있는 직벽을 기어오른다....
# 46. 선녀탕이니 옥녀탕이니, 비선담이니....칠선계곡의 하류쪽 명소들을 어둠속에서 지나쳐서인지... 이번 칠선계곡
산행에선...첫번째 만난 무명폭포부터 연이어 무명폭포들이 나타났던 바로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나 싶다...
두번째 만난 무명폭포에서...
# 47. 연이어 나타나는 '무명폭포'들....
아름답지만...이름을 가지지 못한(제가 알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무명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곳을 지나니...등로는 더욱더
희미해지고...기상청예보대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그래도 함박눈이 아닌 싸래기눈이 내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고도를 높여갈수록...싸래기눈발도 거세어지더니...어느 순간부터 드디어 흰 눈이 계곡을 뒤덮기 시작했어...
등로도 희미한데...희미한 등로조차 눈속에 숨어버리니...도저히 길을 찾을수가 없을듯 한데...그래도 선두에 가시는 임호빈님...용케
길을 찾아 오르시네... 뒤따르면서도...맞는 길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칠선계곡 상단부는...사람들의 발길이 뜸한곳임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어... 무명폭포 이후로 등로는 주로 계곡 좌측사면을 따라 이어지는데...경사가 조금씩 급해지고, 등로도 거의 눈덮힌 너덜길
이니 미끄러지는 횟수도 늘어나고...힘은 힘대로 들고...몸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그 와중에도 허기를 느끼니... 은산님께 받은
초코파이 3개를 게눈감추듯 순식각에 먹어치웠어... 먹는만큼 간다고...출발한지 6시간이 지났음에도...식사를 하자는 분들이 없고..
흠냐...나만 배고픈건가?...하긴 식사를 하고자 해도...마땅한 장소도 나오지 않았어... 등로라고도 할수 없는 눈덮힌 계곡사면의
너덜길이 계속되니...'뭐 이런 곳이 다 있나' 하는 생각만 들고...마폭포에 도착하여 식사를 한다고 하니...그나마 기대를 하고
꾸역꾸역 기어오르건만...도대체 마폭포란 넘은 어디에 짱박혀 있는지...나타날 생각도 안하고....
몸도 피곤하고, 정신은 몽롱하고, 뱃속은 부글부글 끓고, 그 와중에도 허기를 느끼고... 험한 오름길은 끝없이 계속되고...
눈발은 점점 더 거세어지니.... 만사가 귀찮다....사진은...개뿔....카메라 가방 열기도 귀찮은거야... 무명폭포 이후...마폭포에 이르는
세시간동안....난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어...최근 나의 산행에 있어서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인데 말이야... 위에 열거한 이유외에도
결정적으로 카메라 가방을 열어보지 않은 이유가.... 추위에 약한 카메라 배터리 때문이었어... 평상시 한번 충전으로 5~600장은 거뜬히
찍을수 있건만...낮은 기온 탓에...무명폭포에 이르렀을때 이미 배터리가 '나 힘없소~~~, 밥좀 주소' 하는거 아니겠어...
이제 시작인데...벌써부터 이러면...정작 주능선에 올라가서...사진을 찍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배터리를 꺼내 쟈켓 속주머니에
넣고 알을 품듯이 품고 있었으니...사진 한장 찍을때마다 품에서 배터리를 꺼내서 카메라에 넣고 하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더라구...
그래서....마폭포에 이를때까지....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않고 버텨냈지....결과론적이지만...이튿날 일찍 하산한 탓에....여분의
배터리는 써보지도 못하고...첫번째 배터리만으로도 충분히 버텨낼수 있었어...(그때 이후 충전시키지 않았는데 아직도 생생해..-_-;)
이럴줄 알았으면...조금 몸이 힘들더라도...많이 찍어놓는건데....하긴 뭐...그땐 만사가 귀찮았으니....
오죽하면... 내 입에서...'지금 전지현이가 옆에 와서 나 좋다고 해도...그냥 싫다고 할랍니다...'는 말이 나왔을까....-_-;
# 48. 무명폭포를 지나니...등로는 점점 희미해지며....더욱 험하고....가파른 오름길로 변한다...
계곡을 우측에 두고 계곡의 좌측사면으로 이어지는, 잠깐 한눈 팔아 헛디디면 그대로 계곡으로 추락할수밖에 없는 눈덮힌 너덜길을
올라간다는건...고달픔 그 자체였어... 눈만 없어도...훨씬 수월하겠는데... 너덜에 눈이 쌓여 있으니...미끄러운건 둘째치고 크레바스처럼
너덜곳곳에 도사린 함정들에 주의해가며 힘겨운 발걸음을 계속 이어나갔어... 눈이 없다면 그리 위험한 곳은 없는데...눈때문에...
상당히 아찔한 곳을 수없이 지나치는데....로프가 매어져 있는곳도 극히 드물었어.... 좀 어려운 곳에선...선녀님, 해선님은 임호빈님의
도움을 받고...남자들은 알아서 통과하곤 했는데....마폭포에 도착하기 30여분전에 만난 문제의 장소에선.....조금 달랐어...
대륙폭포를 출발한지도 벌써 2시간 반이 지나고... 상당히 험한 길을...그래도 선두에 서서 신기할정도로 길을 잘 찾는 임호빈님 덕에
뒤만 졸졸 쫓아 올라가며 까다로운 몇몇 구간을 지나치고....드디어....사건이 발생한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어...
1.5m쯤 푹 꺼진 지형을 내려간뒤 2m쯤 이동한뒤 다시 1.5m 정도의 바위를 올라야 하는 지형이었는데... 눈이 쌓여 있어 상당히
미끄러워 이곳에선 선두에 가던 임호빈님이 여자분들은 물론 남자들까지 끌어 올려줘야만 하는 곳이었지... 선두에서 임호빈님이
스틱을 올려놓고 먼저 오르신 다음...선녀님이 호빈님 도움을 받아 오르고.... 다음 차례로 달아네가 호빈님의 도움을 받아
기어으로는 순간...
'으아~~~~'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해선님 뒤로 살짝 뛰어내리시던 은산님께서 발을 헛디디며 기우뚱하는
모습이 보였어.... 그리곤...도저히 현실이라곤 믿지 않고 싶은 장면이 느린 화면처럼...느껴지며...슬로우비디오 모션처럼
은산님이 우측 아래로...추락하시는거야... 그 누구도 손쓸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장면인데...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느릿느릿한 화면으로 내 기억속에 아직 자리잡고 있네... 큰 배낭을 멘 채로 우측 계곡으로 3m정도 떨어지며 1차로 바위턱에
부딛치시고... 튕겨져서 2차로 또다시 2m 아래 바위턱에 부딛치려는데....그 짧은 순간....'아...머리 다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불행중 다행으로 엎드린 자세로 2차 충돌을 하며 순간적으로 손바닥 낙법과 비슷한 자세로 바위면을 치는
은산님의 모습이 보이는데...'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2차 충돌로 인해 다시 몸이 튕겨지며 4m 아래
계곡 물이 반쯤 얼어있는 웅덩이로 '첨~벙~'소리를 내며 빠지셨어.... 그나마 몸의 균형을 잃지 않고 발부터 떨어졌기에
하반신만 물에 잠기고 상반신은 물속에 빠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랄까... 이 모든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다들 너무 놀래서 아무말도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은산님 괜찮으세요?'....그래도 그 순간 제일 정신이 또렷한 사람은
사고를 당한 은산님이셨어.... 오히려 우리가 걱정할까봐 '응~ 괜찮아~ 걱정하지마~ ' 우리를 안심시키려 하시는 말씀이신듯...
정작 은산님 본인이 더 놀래셨을법 한데 말이지... 뒤에 있던 소주한잔님이 배낭을 내려놓고 밑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어떻게 내려갈만한 곳이 아니고...은산님께서도 혼자 올라오실수 있다고 하니.... 약간의 도움을 받고 은산님은 안전지대로
올라오셨어... 무엇보다 그 높이에서 추락하고도 다치시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어... 행여나 큰 부상이라도 당하셨으면...
산행은...그것으로 쫑~!!! 그 깊은 계곡에서 헬기가 내려앉을곳은 없고, 119 호출후에... 어떻게든 모시고 내려가야 하는데....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고...또 구조대와 공단직원이 올라와 무사히 후송한다 하더라도...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간 죄(?)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뻔 한거지.... 아무튼... 추운 겨울날...얼음물속에 빠진 하반신때문에...서둘러 마른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어.... 하반신만 젖은줄 알았는데... 상반신의 일부도 물에 잠겨 모든 옷을 갈아입으셔야만
했기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다 '마폭포'가 지척이니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라는 말씀에...임호빈님과 은산님을
뒤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마폭포를 향해 올라갔어...약 15분쯤 오르니... 영영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것 같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마폭포가 꽁꽁 얼어붙은 모습으로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어...(11:25)
# 49. 길이 너무나 험하고 눈으로 인해 미끄러워...마폭포까지 이르는데 지도상의 소요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올라서야
'마폭포'에 도착할수 있었다... 살얼음에 눈이 내려 앉은 마폭포 아래쪽을 조심스레 건너는 소주한잔님의 모습이 보인다...
# 50. 이날 우리에게 이곳은 마지막 폭포란 뜻의 '마폭포'가 아닌 마의 폭포란 뜻을 가진 '魔폭포'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약 15분을 기다리니 옷을 갈아입으신 은산님과 임호빈님이 올라오셨어.... 옷은 여분으로 준비한 옷으로 해결이 되었지만...얼음물에
젖은 등산화가 걱정이긴 한데...괜찮다고는 하시는데... 겨울 산행에서 젖은 등산화를 신는게.... 무척 고욕일텐데....
마폭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마폭포를 건너 윗쪽 마폭포 이정표가 있는 좁은 공터에서 점심상(?)이
차려졌어.. 산행전에 메뉴를 정하고 각자 맡은 걸 가져오면 편한데... '알아서 자기 먹을것 가져오기'...요로코롬 요상하게 식단을
짰으니.... '오뎅국'재료를 가지고 오신분만 세분이로다..-_-;...겨울산행인만큼....호빈님의 휘발류버너가 위력을 발휘해야 할텐데...
자꾸만 말썽을 일으키니... 달아네의 겨울용 개스 등장이요....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도 제법 잘 버티네...오뎅국을 먼저 끓여내고
이상하게 별로 든 것도 없는것 같은데 새벽부터 달아네의 어깨를 짓누른 고상보따리의 무게를 줄이고자 사정하다시피하여 달아네가
준비한 '떡만두국'도 준비되었어.... 숟가락이 잠깐 행방불명되어(소주한잔님이 똑같은 케이스라 본인것인줄 알고 짱박아 뒀다는...-_-;)
직접 간을 보지 못하고 선녀님께 '짜유? 싱거워유?'....'음...글쎄 맛이 뭐랄까?'...........이 말을 싱겁다는 말로 잘못 이해하고...후다닥~
소금을 듬뿍 집어 넣었더니...하이구야...배추저려도 될 정도의 짜디짠 떡만두국 완성이요~!!! -_-; 건더기는 우째우째 다 건져먹었는데..
국물은...머....알아서 상상하슈~!!! (비싼 소고기까지 넣은 국물인데....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네...) 식사를 끝내고...우아(?)하게
커피 한잔씩 음미하고는 출발하려는데....에고...또 배가 살살 아파오는거야... 아...급하다 급해... 또 한번의 지뢰매설작업을 위해
장소를 물색하다 폭포쪽으로 내려가는건 환경오염시키는 일이기에 윗쪽으로...즉 가야할 방향으로 올라가니...
'왜 올라갈 방향에 싸는겨?'...'내려가서 매설해...'.......
갖은 잔소리가 들려오지만....급한걸 어떡해유~~~~ 길에서 살짝 떨어진
곳, 커다란 짐승발자국이 찍혀있는것을 보고도...급한 나머지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보는데...흐미...좌~~~~악~~~
설사가...-_-;(이번 산행기에선 부득이하게 '응가' 얘기가 자주 나오니 장염 걸렸던 넘의 넋두리라 생각하시구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유~)
대충 볼일을 끝내지만... 정말...뭐 끊고 나온 넘 기분 뭣같다고....정말 뭣같네...-_-;
# 54. 마폭포를 출발하며... 천왕봉까지 1.6km...고도차 515m를 극복해야만 하는...눈물 쏙 빠지게 만든다는 구간을 올라야 하는 것이다...
5. 마폭포~천왕봉 - '천왕봉 못 올라가는 줄 알았을 만큼...힘에 겨웠던 구간...'
마폭포를 출발하기 전에 소주한잔님이 마폭포로 내려가 물을 담아 분배하는데.... 그다지 필요가 없을것 같아 나눠담지 않고
남은 물은 그냥 버렸어...(이거...나중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마폭포를 출발하자 마자 끝이 없을듯한 가파른 오름길이
계속되었어...점심식단으로 배낭무게를 제법 많이 덜어냈음에도...배낭무게는 전혀 줄지 않은듯...어깨를 짓누르고... 평상시
운동부족, 그리고 수면부족, 그리고 가장 크게 작용한 장염증상으로 인해...내안의 기가 무언가에 의해 쭈~욱 빨려나간듯
온몸에 힘이 없어지는데.... 걱정했던 선녀님은...속도는 느리긴 하지만...그래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해선님은 예상했던
것처럼(혼자 산에 다닌다고 했을때 이미 알아봤지유~) 아주 생생하고. 아...정말...산에서 이렇게 몸이 힘들었던건... 마루행님과
3일동안 대간 탈때 이후로 오랜만의 일인데...혼잣말로 '으아~~ 죽갔네~~~'라고 수백번도 더 외쳤을거야... 지도상으로는
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 지척인데...어째 오르고 또 오르건만... 오름길은 끝이 없는듯 이어지고... 이렇게 가다가 천왕봉에
오르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고.... 급기야...다른분들 먼저 올려보내고...여기서 나홀로 침낭펴고
누워버릴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 역시 수백번도 더 했어....고도가 높아지니 발목을 덮을 정도로 눈은 쌓여만 가고...
다들 아이젠을 차는데...무슨 고집인지 배낭속에 아이젠을 두고도...끝까지 차지 않았어...그런 다름아닌...'무아이젠' 산행
기록을 계속 경신코자 하는 나만의 작은 자존심이랄까? 5년전쯤에 아이젠을 차본 이후...아무리 미끄럽고, 자빠링~, 엎어링을
반복해도...끝끝내 차지 않았거든...그 5년의 기록이 아까워서(사실 약간의 귀차니즘도 있었고...) 끝내 아이젠을 차지
않으니....다른 분들은 내가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아 차지 않은 걸로 생각하시네...-_-; 아무튼...아이젠을 차지 않으니...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다보니 힘은 더 들고...그래도 그게 뭐 잘난거라고...끝내 아이젠을 꺼내지 않았지...
마폭포를 출발한 이후부터는 계곡에서 벗어났기에 등로는 그다지 험하진 않았어... 평상시 같으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그럭저럭 올라갈만한 편안한 등로더군...하지만...역시나 등로가 뚜렷하게 있는것도 아니기에 다들 선두에 선 임호빈님 뒤만
따라 올라가는데...두어번 길을 찾지 못해 허둥대다가도 용케 제대로 된 등로를 찾아 올라가시는 걸 보면...정말 용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길이 희미해도 쉽게 길을 찾을수 있는건...물론...이곳을 여러번 찾은 호빈님의 탁월한 감각때문일수도
있고...또한 공단에서 설치한 듯한 흰색의 가느다란 줄이... 정상부 능선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게 큰 도움이 되더라구...
출입제한구역이긴 하지만... 우리처럼 부득이하게 들어서는 사람들이 자주 조난을 당하기에 공단측에서도 궁여지책으로
이런걸 설치해놓지 않았나 싶어.... 설악산에도....내가 조난당했던 황철봉 너덜지대에서...하두 많은 분들이 조난을 당하니까
공단에서 야광봉을 설치해 놓았다잖아.... 위반할때 위반하더라도...사람은 살리자는 뜻이니..고런걸 생각하면..밉다가도 곱다니까..^^
지도에 나타난 마폭포~천왕봉 소요시간이 1시간 반으로 나와있건만...1시간 반을 올라왔음에도... 눈구름속에 능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으니...낭패로다... 마폭포를 출발한 이후..가파르긴 했지만...그래도...비교적 편안한 등로였는데...
이후로...이게 정말 정상 등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어처구니 없는 길들이 기다리고 있을줄 꿈에도 몰랐어...
점점 더 가팔라지고 험해지니... 급기야...일행의 중간에 끼어가지도 못하고 젤 뒤로 처져서 헉헉대고 있으려니...
참말로... 하늘재선녀님의 대간싸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로다...-_-; 눈이 내려 습하고 추운 날씨임에도...왜 그리 목이 탄지
얼마 챙기지 않은 물통의 물은 바닥을 드러내고...그다지 땀도 흘리지 않는데...갈증이 계속 나니... 에라 모르겠다...
사면의 깨끗한 눈을 한웅큼 쥐어 입속으로 집어넣으니....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그런거 따지게 생겼나? 이판사판이다...
# 55. 마폭포를 출발한지 두시간만에...첨으로 카메라를 꺼내어 본다....일행의 중간에도 끼지 못하고...후미에서 한컷
담아본 칠선계곡 오름길....
# 56. 다음날 하산해서야 알게 되지만...실수로 감도를 1000에 두고 찍는 바람에 디테일이 완전히 죽었다...왠지 셔터스피드가 무진장
잘 나오더라니....그때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몸이 피곤하니....하얀색의 눈때문에 상대적으로 셔터스피드가 잘 나오는
것이라고....카메라를 확인하지 않고도...확신해버린게...큰 잘못이었다...-_-;
# 57. 디테일이 죽어 아쉽지만...그래도 흔들린 사진이 나오지 않은것에 위안을 삼을수 밖에....
5~60도 이상의 무척이나 가파르고 쌓인 눈으로 인해 무척 미끄러운 등로가 이어지고...아이젠만 차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구간도 쓸데없는 고집으로 인해 몇번이나 미끄러지면서 힘겹게 오르고 또 올랐어...물론...맨 뒤에 처져서 말이야..-_-;
10여미터의 가는 로프가 매달린 매우 미끄러운 바위사면을 타고 올라가니...드디어 이번 칠선계곡산행 최고의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어... 눈에 덮혀 있는 7~80도 경사의 50여미터의 비탈진 경사면이........등로란다..... 로프...그런것도 없어....
잠깐 방심해서 미끄러지면...이 세상과 빠빠이 할수도 있는...매~우 위험한 곳이었어.... 가파르고 미끄러운 사면,
도저히 잡을곳이 없는 곳에선... 호빈님이 먼저 오르고, 호빈님의 도움을 받아 선녀님, 해선님이 오르는데....
헐...남자라고...혼자 올라오는게 당연하다는듯 그냥 가버리시네...흐미...'저두 잡아주세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는데....그래두...남자라구...혼자서 오른다구 바둥바둥~ 두손을 다 사용하고, 발을 올릴수 없는 곳에선 무릎으로
기면서....아래를 내려다보니...이건 뭐...순간 방심하면..끝이다란 생각밖에 안 드네... -_-;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위를
쳐다보니...아니 이건 또 뭐야...6~70m 길이의 좁은 바위틈의 눈덮힌 너덜지대 급경사면이 기다리고 있네...이곳 역시 사면에
착 달라붙어 다리가 후달거린다는게 어떤것인가를 몸소 체험하며...젖먹던 힘을 다하여 엉금엉금 기다시피 올라 통과하는데...
대야산 직벽구간, 희양산 직벽구간은...이곳에 비하면...고속도로였음을 그제서야 깨달을수 있었지... 정신없이...그저
살아서 이곳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한발 한발 조심스레 발을 올려놓고....드디어...
두사람도 서있기도 힘들만큼...비좁긴 하지만...그래도 안전한 지대에 이르니...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구....
눈보라로 인해 기껏해야 5~60m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침엽수가 만들어낸 눈꽃은 너무나 아름다웠어...
앞서 올라가던 세분(임호빈님, 선녀님, 해선님)은 뒤늦게 발동이 걸리셨는지 훌쩍 올라가버려 보이지 않고...뒤늦게 올라오시는
은산님, 소주한잔님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담고는 위에서 호빈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50여미터를
오르니....사전에 칠선계곡에 대한 자료를 찾을때 사진으로 본... 능선 직전에 있다는...칠선계곡 상단부 유일한 인공구조물인
철제계단에 도착하게 되니....그제서야.... '아...살았구나~'싶은 안도감이 들었어...
# 58. 30여분 동안 이어진 수직에 가까운 등로를 기다시피 올라 안전지대에 이르니...그제서야 주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 59. '구상나무'에 핀 눈꽃~!!
# 60. 안전지대에서 사진을 찍는 사이...달아네를 추월하여 철제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은산님...
# 61.....
# 62. 힘들기에....모든게 귀찮지만...이런 풍경은 쉽게 볼수 있는게 아니기에...한컷 한컷 소중하게 담는다...
# 63...
안전지대에서 사진을 찍다가 호빈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올라서니 이내 철제계단이 나오네....계단 중간쯤에서 한명한명
증명사진을 찍고 계신 호빈님을 만나 힘든 표정 싹 없애고 방긋~ 웃는 표정으로 한컷 담고 계단을 마저 올라오니... 이미
계단 끝에서 쉬고 있던 선녀님...
'싸부~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나보다 느려'...'이번 산행에서...속도 늦춰진건 나 때문이 아니야....확실하지?'
이 말....다음날...내려올때까지....무한반복으로 들어야만 했다...-_-;;;
# 64. 백두대간 주능선 직전에 만나게 되는 철계단....칠선계곡 상단부에서 만난 유일한 인공구조물이었다...계단이 몇개인지
세면서 올라왔는데.....흠냐....산행기를 하두 늦게 올리다 보니...잊어버렸다는....-_-;;;
철제계단을 지나니...눈보라는 여전하고...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오지만... 칠선계곡으로 오르는 내내 고개를 쳐들고 봐야만 했던
거대한 그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거야....드디어 능선에 이르게 된거지....이윽고...철제계단에서 5분여 완만한 길을 올라...
'출입금지'목책을 넘어 천왕봉 직전 백두대간 주능선에 닿게 되니....몰아치는 눈보라에도 11시간 30분을 힘겹게 기어올라
대간길과 만난....그 기쁨은 이루 말할수 가 없었어...
# 65. 천왕봉 서쪽 100여미터 지점의 목책과 출입금지 안내판...이곳 뒤로 칠선계곡 들머리인 것이다...
능선에 올라서니...이젠 더 이상 오르막을 오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몰아치는 눈보라는 참 밉더라구...
내 비록 덕을 쌓지 못해 천왕봉에서 단 한번도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그래두 천왕봉에 올때마다 날씨는 아주 쾌청했었는데...
이날은...뭐...에이 말하기도 싫네... 대간종주한게 무슨 벼슬은 아니지만...그래두... 백두대간 종주했으면...어느 정도... 산에 오를만큼
오른 셈인데... 이건 날이 갈수록...맑고, 쾌청한 날 아니면 산에 가기 싫어지니...나는야...아직도 한~~~~~~참 하수산꾼!!
잔뜩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칠선계곡을 오를때...정상에 가서 날씨가 개면...모든걸 용서하겠다고 수없이 외쳤건만...
능선에 오르니...오히려 더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눈물을 머금고... 날씨운이 없음을 또 한번 한탄하며 빵모자를 덮어쓰고
천왕봉을 향했어...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운 천왕봉에 도착.... 임호빈님 디카로 대충 증명사진을 찍고 내려가려다....그래도
백두대간의 남쪽 시발점인데...미련이 남아 카메라를 꺼내...하얗게 눈발이 서린 정상석을 한컷 찍어주고는 장터목을 향해
출발했어...
# 66. 칠선계곡 들머리에서...
# 67. 5분쯤 진행하자...눈보라 휘몰아치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부가 나타난다...
# 68. 5년전... 부푼꿈을 안고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그 시발점이었던 지리산 천왕봉에 다시 오른 감회는 남달랐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북받혀 올라오는 듯....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5년이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프다.....
지금...생각해보니...조금 고달퍼도 정상석을 부여잡고 증명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 68-1. 5년전...... 백두대간 첫걸음을 내딛던 날.... 함께 해준 '해리야'님...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 69.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언제 보아도 힘이 솟는 문구다...
# 70. 떠나기 아쉬워 돌아서, 언제 다시 내 두손으로 어루만질지 모를 정상석을 담아본다...
6. 천왕봉 ~ 장터목 산장 - '제석봉 고사목은 산과 하나가 되고...'
천왕봉을 출발한 시각은 15:57분... 1차로 예약했던 벽소령은 이미 물건너갔고... 보험삼아 예약했던 세석산장도 빠듯한 시간이었어...
물론...날씨 좋고...컨디션 좋으면...6시 전에 충분히 도착할 시간이지만... 산행을 시작한지도 12시간이 넘어가고...날씨도 좋지
않았기에 서둘러야만 했지... 임호빈님, 선녀님, 해선님이 먼저 출발하고... 옷을 껴입으시는 은산님을 기다리다... 먼저 출발했어...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내려갈 구간인데 아이젠을 차지 않아 미끄러웠기에 조심해야만 했지...통천문에서 앞서 가던 분들을 만나
증명 사진 한장 찍고는 내려가는데...기온이 너무 낮아 배터리가 거의 방전되는 것 같아 손난로를 배터리에 붙여주고자 바위 아래에
자리를 잡고 손난로를 꺼내 불을 붙이고자 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 불 붙이는데 실패...설상가상으로 불을 붙이려고 장갑을
벗은 손이 얼어 손난로를 눈에 떨어뜨리니....에잉... 뭐...되는 일이 없냐.... 손난로를 포기하고...될대로 되란 식으로 이리 저리
사진을 찍어댔어... 뒤늦게 천왕봉으로 오르는 몇몇분들과 지나치고 제석봉에 이르러... 비록...사진찍기엔 최악의 환경이지만..
이리 저리 시선을 돌리며 아쉬우나마 되는대로 카메라에 담았어... 10여년 전엔 꽤나 많은 고사목들이 서 있었는데...5년전 백두대간
종주시 고사목이 많이 보이지 않음을 느꼈고... 이번에도... 그동안 많은 고사목들이 쓰러졌는데 예전같지는 않더라구...하지만...
아직 1m 정도로 키는 작지만..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어린 구상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언젠간... 그 옛날의 푸르른
제석봉의 모습을 되찾으리라 확신하며 부지런히 제석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어.... 뒤따라 오시던 '소주한잔'님이 빨리 가야
한다며 독촉하시는데...어째 은산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은산님이 오시기까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 먼저 장터목으로
내려서니... 기쁜 소식이 들려왔어......악천후로 인해 더이상의 산행이 어려울것 같고 마침... 장터목 산장 예약 취소자도 많아
산장에 우리가 하루를 보낼 자리가 있을것 같다는 거야.... 무리하면 어찌어찌 해서 세석까진 가겠지만...이런 악천후에.. 무리해서
간다고 해도...별 의미가 있는것도 아니기에... 기꺼이 산행중단을 받아 들이고... 눈보라를 피해 산장 아래 취사장으로 들어갔어..
# 71. 장쾌한 지리산 주능선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진채... 장터목산장을 향해 내려간다...
# 72....
# 73. 통천문을 지나며...
# 74...
# 75.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내리고....
# 76. 손난로로 배터리를 '따~땃'하게 해주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부터는...방전을 걱정하여 품속에 넣고 다니던 배터리를
카메라에 집어 넣고...될대로 되란 식으로...난사를 하기 시작한다...
# 77. 얼어 붙은 '수리취'
# 78. 늦은 시각이고... 눈보라도 몰아쳐... 빛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상하게 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높게 나온다....
눈이 쌓여...'흰색'이 많아 카메라가 밝은 것으로 인식하기에...셔터스피드가 높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찍었는데...
헐....다음날 산행이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지만....감도(ISO)가...1000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집에 와서 보니..대륙폭포 지나서부터
감도가 1000으로 설정되어 있더라....-_-; 평상시 노이즈땜시 400으로도 잘 올리지 않는 편인데....1000이라니....
노이즈가 덕지덕지 많은 대신...흔들린 사진이 한장도 나오지 않음을 위안으로 삼을수 밖에...
# 79. 이곳을 오르면...'제석봉'이다...
# 80. 제법 맘에 드는 사진이 되었을텐데.... 노이즈가 많으니 디테일이 완전히 죽어 버렸다...-_-; 제석봉에서...
# 81. 제석봉에서.... 은산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며...제석봉에서 한동안 노닥거리며 많은 컷을 날려본다...
# 82. 언젠가 먼 훗날...제석봉을 예전의 그 푸르렀던 모습으로 만들어줄 어린 구상나무들이, 쓰러져 밑둥만 남은 고사목 사이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 83...
# 84.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수는 없는 것.... 하나 둘...고사목은 산과 하나가 되고 있다...
# 84-1. 1996년 10월의 제석봉...
# 85. .....
# 86. 푸르른 하늘 배경이었다면 좋았을것을....
# 87...
# 88. 장터목 산장에 도착... 여전히 셔터스피드가 높게 나옴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한컷.... 여기서 알아차렸어야 했는데..-_-;
7. 장터목 산장에서...
저녁식사시간으로는 조금 이른탓인지 취사장 안은 썰렁하더라구... 일행의 배낭을 한쪽 구석 선반위에 주욱 나열해 놓고...반대편 선반
위에 각자 가져온 먹거리들을 쏟아내는데.... 흠냐...또 오뎅국이네.... 이래서...사전에 메뉴를 정했어야 했는데... 각자 알아서 챙겨오니
만만(?)한 오뎅국 준비하신분만 세분이네...헐~.... 6시 30분에 자리를 배정한다기에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식사 준비를 했어...
소주한잔님이 힘겹게 지고온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고...오뎅국이 뽀글뽀글 끓는 동안...여기저기서 문자와 전화가 쉴새없이
날라드는데.... 나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전화를 꺼내드는데....뜨바~ 011은 잘 터지는구만...어째 016은...신호는 만땅 잡히는데
통화가 되질 않는데...역시...산에선...011이 최고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며 슬그머니 폰을 집어넣을수 밖에 없었어...
식사준비가 모두 끝나고... 삼겹살 안주삼아 각자의 배낭 여기저기서 나오는 소주 한잔하고...럭셔리하게 해선님이 준비한 포도주를
음미하는 호사를 누리기까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자리를 배정한다는 방송이 나와 대표로 올라가서 자리를 예약하는데
답답할 정도로 꼼꼼하게 명단, 표, 숙박비, 거스름돈을 두어번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직원때문에 산장예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다시 취사장으로 내려갔다가 두어잔 더 하고는...산장으로 올라가 담요를 일인당 세장씩 빌려 자리에 올려다 놓고는..다시
취사장으로 내려가, 산상만찬을 마무리하고...짐을 챙겨 산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선녀님...무르익은 분위기에서 파한다는게
아쉬운 건지...아님 '알콜'이 부족하신건지...
'그냥 이렇게 끝내는거야?'
물론...하늘재 같으면...밤새 이 분위기를 즐기면 좋겠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다음날 산행을 위해서.... 그리고 옆자리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야 하는 산꾼들을 위해서라도...간단(?)하게 술자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게 낫겠지유~~~~
# 89. 저녁메뉴...삼겹살, 오뎅국....그리고 여러가지 반찬...
# 90. 해선님이 준비한 '포도주'로...건배~~!!! 정말정말정말정말...옴팡지게 수고 많으셨습니다...
# 91.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염증상이 나타나며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 어르신들 식사준비하시고, 식수를 구하러 아랫쪽 샘터까지
힘들게 다녀오시는 동안 �은(?)넘은...화장실을 들락거리기만 한다....... 그 와중에도...셀프샷 한장 남기는 센~스~!!!
일인당 세장의 모포를 빌린게 큰 실수였다는 건...산장에 올라가 배정된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깨달았어... 이거야 원...한증막
들어온것도 아니고....어찌나 더운지... 1층은 그나마 견딜만 한데... 2층은...따뜻한 열기가 올라와 한증막이 따로 없을 정도였어...
그리고 산장이 좁은거야 짐작하긴 했지만... 우리에게 배정된 구석탱이의 4명 잘 자리는...두명 정도 누우면 딱 맞을 정도로 꽤나 좁더라구...
하긴 舊장터목 산장에서 잘땐... 누울수도 없어서 앉아서 하룻밤을 꼬박 샌적이 있지만.... 그래도...물론...호텔급을 생각한건 아니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좁더라구... 머리맡에 배낭을 놓고 젖은 장갑, 모자 등을 배낭위에 널어 놓고... 젖은 등산화는 비닐봉지에
담아서 발아래에 두니...허거...발도 제대로 못 필정도네.... 그건 어쨌든 좋았어.... 그런데...정말...어찌나 더운지...몸은 피곤한데..
도저히 잠을 이룰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더이상은 참을수 없으시다는듯...호빈님은 담요 두장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출입구 앞, 맨바닥에 자리를 잡으시고... 그로 인해 넓어진 자리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보지만......나 역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침낭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한여름 피서인파도 아닌데.. 더위를 피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온 사람들로 인해 1층 침상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내 몸뚱아리 하나 누일 공간이 없네... 그렇다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진 싫고 해서... 이판사판이다..바깥으로 나와서
신발장이 있는 곳에서 침낭을 부여잡고 쪼그려 앉아 시간을 보냈어.... 조금 춥긴 하지만...한증막 같은 실내보단 나아 약간은 떨면서
버텨보지만... 그것도 잠시...본격적으로 뱃속은 부글부글 끓고... 눈보라를 뚫고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게 너무나 고역이었어...
두어번 화장실에 다녀온 뒤론 본격적으로 복도에 자리를 잡고 눈을 붙여 보지만.... 부글거리는 뱃속이 진정되지 않아 잠을 이룰수가
없네.... 궁뎅이 동상 걸리지 않을까 쪼매 걱정될 정도로...밤새 수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니....에고야...달아네 죽네~!!!
결국...밤새 뜬눈으로 복도와 화장실 왕복을 거듭하다보니....기진맥진... 오전 5시가 지나고...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깨어나는 시각에야 비로소 산장 내부 온도가 내려가니.... 다시 2층으로 올라가...얌전하게 몸을 눕혀보지만...다시 화장실로~~~ T.T
그렇게 고생하던 밤이 지나고...아침이 되어도...다들 일어나실 생각들을 안하시네... 7시가 넘어서야 한분 두분 일어나시고...
담요를 챙겨 반납하고... 속이 불편하여 다시 화장실을 왕복하느라...뒤늦게 배낭을 꾸려 취사장에 내려가니 아침식사준비에 한창이다..
전날 예정된 벽소령은 커녕...세석까지도 진행하지 못하여 이날 산행은 벽소령까지만 진행하고 음정으로 하산하기로 의견이 모아지는데..
산장 직원의 '달콤한' 목소리가 앰프에서 울려퍼졌어...
'금일 대설주의보로 인해 지리산 전 구간 입산 통제 되었습니다...산장에 계신 분들은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하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이지 않은가? 달아네를 살려주는 목소리.... 사실...벽소령까지 간다면...어떻게든 쫓아는 가겠지만...
그날 아침 내 몸 상태는... 밥 한 숟가락도 떠 먹기 힘들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힘이 없어 취사장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산장에서 좀 쉬고 있겠다고 하고....산장으로 올라와 훈훈한 기운만이 감도는 2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었어....
# 92. 홀로 산장으로 올라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한컷.... 장터목 산장 2층 '한증막' 풍경.... 잠을 이룰수 없을 정도로 더웠지만..
대신 널어놓은 옷가지들은 뽀송뽀송하게 잘 말랐다...
# 93. 장터목 산장 1층 모습... 전날 밤엔...더위를 피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간 인파(?)들로 인해 1층 침상은 물론 바닥에도 빈틈이
없었다...
어차피 백무동으로 하산을 결정했기에 서두를 이유가 없어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는데...늦어도 너무 늦네...출발하자는 호출이 없어
힘든 몸을 일으켜...다시 한번 화장실을 다녀와 취사장에 들어서니...이른 아침 중산리, 백무동에서 올라온 사람들, 세석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한 사람들로 인해 발디딜틈이 없었어...겨우 일행을 찾으니 다들 완전무장을 하시고 출발할 준비를 다 마쳤더라구...
힘겹게 배낭을 찾아 바닥에 앉아 전날 착용하지 않아 고생했던 아이젠을 차려니...에구...몸이 피곤하니 만사가 귀찮네...
요즘 나오는 착탈식이 아닌 예전....끈으로 묶는 아이젠이기에....귀차니즘이 발동하여 차려다 말고 다시 집어 넣고...
그래도...스패츠는 용케 착용을 하고는 한참을 꾸물대다 취사장 밖으로 나오니...호빈님 하시는 말씀...
'우린 벽소령으로 그냥 가기로 했어'
순간... 컥....'이 양반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0.000000005초 동안 들었지만...이내 그것이 농담임을 깨닫고..
'까짓거....한번 가보죠...'
몸과 따로 노는 입이 제멋대로 한껏 호기를 부렸지... 하지만 0.000000005초 동안의 똥씹은 듯한 표정을 어찌 잡아내셨는지
하산하는 내내 놀림을 당했어....
'달아네~ 아까 벽소령으로 간다고 할때 표정이 참 볼만했어~~~~!!!!'............-_-;;;
아쉽지만(사실 반가웠지만...) 우리들의 1박 2일간의 백두대간 첫출정은 접속시간 11시간 3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최대접속시간 기록을
세우고, 또한 천왕봉~장터목의 역대 최단거리 구간종주라는 두가지 기록을 남기고 백무동으로의 하산으로 마무리 되고 있었어..
(다시 생각해보니...역대 최단거리 기록은 2004년 홀로 지름티재~희양산성 구간을 다녀온게 아닌가 싶네....)
# 94. 기진맥진한 몸으로 백무동으로 내려서려는데...단체 사진 한번 찍으라 하시네.... 힘겹게(카메라 꺼내는것도 넘 힘겨웠기에..)
카메라를 꺼내 대간능선에서 마지막 사진을 남긴다....
8. 장터목산장 ~ 백무동 - '나는 살고 싶다...'
5년전에도 백무동으로 하산했었는데...그땐 펄쩍펄쩍 뛰면서 2시간 반만에 내려갔었는데... 이날은...아주 굼벵이처럼 4시간 동안이나
내려가서야 백무동에 도착할수 있었어... 속은 여전히 불편하고... 똥꼬는 금새 설사가 나올듯 간질간질(?) 한 상황...이 미칠듯한
상황이 4시간 내내 계속되었다면 믿을수 있겠어? 하산길임에도 너무나 힘이 드는데...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려
환상적인 눈꽃터널을 보여주는데.... 앞서 가시는 임호빈님....계속 '사진 한번 찍어봐' 요구하시는데....몸이 안좋으니 만사가 귀찮네..
'에이...별로 안 이쁜데요'
'흠냐....구도가 안 나와요'
'음...이건 보기엔 이쁜데 사진 찍으면 별로에요...'
'...............(두 손으로 엑스자를 그림)'
'................(아무 말도 하지 않음_궁극의 신공~!!!)'
(별별 핑계를 대며 지친 걸음을 옮길수 밖에 없었음을 용서해주시길 바라며..) 몸에 힘은 없고 다리는 풀리고, 아이젠은 '무아이젠'
기록 연장이라는 똥고집과 귀차니즘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배낭속에 쳐박혀 있으니...'자빠링'에 '엎어링'은 계속되고...
후미에서 선녀님이 아닌 의외인 '달아네'를 책임지신 소주한잔님...
'달아네...다리 완전히 풀렸구만...' -_-;;
역시 설상가상...그나마 의지하던 스틱도 '촉'이 달아나 버리고....쑥 들어간 2단....고장난듯 빠지지 않으니....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온 신경이 발 끝에 몰렸어... 그러다 무척 허술한 옷차림으로 장터목 산장으로 올라오는 모대학교 학생들 수십명과 마주치게 되어
그들을 피해 간다고 길을 벗어났다가 눈깜짝할 사이 미끄러지면서 가파른 사면으로 아래로 5m 쭈~~~욱 미끄러지는데....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나뭇가지를 두손으로 겨우 붙잡으니...뒤따라오다가 깜짝 놀라 내려오신 소주한잔님의 스틱을 붙잡고
겨우 올라오니...그곳에 지체되어 서 있던 수십명 대학생들의 두 눈이 모두 나를 쳐다보네....흐미 쪽팔려~!!! 아마 나뭇가지
붙잡지 못했으면 아마 그대로 백무동까지 미끄러졌을꺼야....걷기도 무척 귀찮았는데...그냥 나뭇가지 잡지 말걸 그랬나?
백무동까지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게...^o^;
# 95. 백무동으로의 하산길... 대설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환상적인 눈꽃터널을 만드니...임호빈님...연신
걸음을 세우고...'한컷 찍어봐봐봐~~~' 요구하시지만....만사가 귀찮아 번번히 거절(?)하다 더이상 거절하기 미안해
한컷 날려본다...
# 96...
# 97. 힘든 와중에도...여러장 찍긴 했구먼...
# 98. 장터목 산장을 출발한지 1시간만에 도착한 망바위... 다들 망바위 뒷쪽 전망대에 올라가 지리 주능선을
바라보며 가지 못한 구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데.... 달아네 홀로 망바위 아래에 쭈그려 앉아 숨을 고르고만 있다...
# 99. 이틀만에 첨으로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시야도 트이니....'다시 올라가자~'는...무시무시한 농담을 하시는 임호빈님...
'그냥....달아네를 죽여주시와요~~~~'
소지봉(?), 망바위를 지나는데....오로지 관심사는 백무동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줄어들었는가 뿐이었어...
똥꼬가 간질간질...아주 미치겠는데...길은 외길이고...수많은 등산객이 오르내리는 길에서 겨울철...어디 몸 숨길만한
곳도 없고.... 언제부턴가 계속 이어지는 산죽밭을 뚫고 내려가 볼일을 보기는 힘들것 같아 똥꼬에 힘을 주고 하산을
재촉하지만....더 이상 참을수 없는 한계상황....공터에서 잠깐만 쉬자고 하고 급한 마음에...눈쌓인 산죽을 헤치고
내려가는데...얼마나 산죽이 무성한지 힘겹게 산죽을 헤치고 5m쯤 내려가 바지를 내리자마자 '좌~~~~악~~~'
뒷마무리 하고 다시 위로 올라오는데....나 정말 산죽밭에 갇혀서 못 빠져나오는줄 알았어....산죽밭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다 겨우 빠져나와서....다시 하산을 이어갔지....여전히 자빠지고 엎어지고 하다가....참샘에 도착...
물한모금 마시고는....더욱 미끄러워진 등로를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내려서니.... 소주한잔님...
'지금이라도 내 아이젠 차는게 어때?'............말씀은 고맙지만...나름대로 5년간 이어오던 기록이 있기에
무아이젠 하산을 계속했어....그러다...바위 뒤에서 다시 한번 지뢰를 매설하고 나서는.....생각이 바뀌었어...
'그래...나도 이젠 할만큼 했다...5년....그래...이젠 됐다....그만 하자...'
아쉽지만 힘겨워하는 몸뚱아리를 위해 5년간의 무아이젠산행기록을 그만 접기로 했어.... 쭈그려 앉아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차려니...하두 오랜만에 차는 거라...한참을 버벅대다 겨우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서니...
한참을 기다리던 일행들...
'또 지뢰매설했어???'
아이젠을 착용하니...그토록 자빠링을 해대던 몸뚱아리가 균형이 잡히며 마치 평지를 걷는듯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거야... 오홋...신기신기~!!! 미끄러지지 않으니...나도 한번 날라보자.... 성큼성큼 내려서니.... 금새 선두를
따라잡고....산행 내내 앞에 서서 뒤따라 오는 달아네를 거북이 취급했던 선녀님에게 반격의 똥침을 날려댄다..
'퍼뜩 좀 가소~~~!!!'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비워내고...하산길에도 비워냈으니...갈증이 심해 앞서가는 선녀님께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고
졸라댔어...
'선녀님... 지금 제 소원은...게토레이...큰 넘으로 원샷하는 거에요.... 내려가면 하나 사주이소~!'
# 100. 참샘에서...
# 101.........
# 102. 참샘의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약간 정신을 차려 증명사진 한장씩 찍어드린다... '은산'님...
# 103. '임호빈'님...
# 104. 하산길에 헤롱대는 달아네때문에 고생하신 '소주한잔'님...
# 105. 대간 첫산행...의외로 꿋꿋하게 잘 오르셨던 '하늘재선녀'님...
# 106. 예상했던 대로 날라 댕기시는 '해선'님...
# 107. 그리고...헤롱헤롱 '달아네'...셀프샷....얼굴색 보십쇼...애가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_-;
아....드디어...백무동... 5년전, 2시간 반만에 가볍게 내려섰던 이 길을...무려 네시간만에 내려섰으니...얼마나 달아네가 헤멨는지
알수 있으리라.... 힘들긴 했지만...다 내려왔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들고... '연출'사진들 몇장을 찍고는 매표소를 통과하여
펜션을 겸하는 '지리산식당'에 들어가 기나긴 뒷풀이 시간에 들어갔지... 자리를 잡고 '돼지고기두루치기'(맞나요?), 막걸리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옆테이블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주머니...저희 해물파전 시켰는데요...그냥 파전 나왔어요...'
'그거 해물파전 맞는데요...'
'네? 해물파잔에 해물이라곤 달랑 오징어 다리 세개뿐인데요...'
'그럼 그냥 파전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대략 난감한 상황이 옆 테이블에서 벌어지네.. 관광지 식당이...뭐...다 그렇지 뭐... 체념하며 우리가 시킨 메뉴도 그다지 기대할수
없게 만들었는데...뭐...역시나였지...그런 와중에 옆 테이블에서 귀에 익은 닉네임이 들려오는거야...'뜨레모아님....어쩌구~ 저쩌구...'
엇? 뜨레모아님이라면... 제일 산악회를 따라 대간 다닐때 후미를 보시던 분인데.... 슬며시 쳐다보니...이야....맞네 맞어...
산사람은 헤어져도...언젠가 다시 산에서 만나게 된다더니......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하려다...얼굴을 보니...이미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신것 같고 두어분 건너서 인사를 해야하는 지정학(?)적 위치관계로... 그냥...돌고 도는 인생사...언젠가 다시 만날날을 기약하며
혼자만의 반가움 고이 간직하고....시선을 돌렸어...
# 108. 백무동 날머리...........'아....살았다~~~~!!!'.........입에서 절로 나오더라...
# 109. 잘 나왔나?
# 110. '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알아서 테마곡 부르십쇼~~) 영화 '러브스토리' 흉내 내보려 배낭도 나무밑에 팽겨치고 눈밭에
벌렁 드러누운 어르신들...그리고 젊은 처자 한명..^^ 어째 눈이 좀 부족해 보입니다만....이런것도 재미 아니겠슈~!!!
# 111. 아주 절묘한 순간이 담겼다... 여자분들은...남자는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유...
선녀님....저 거리에서 저만한 눈뭉치를 얼굴로 집어 던지면...무사할것 같아유?....................음...선녀님 뒤통수의 눈뭉치
흔적을 보면....이해가 가긴 합니다요...^^ ....아...저 눈뭉치에 맞았을까요? 아님 피했을까요?..............용케도 피하셨습니다..^^
# 112. 매표소를 통과하고...
# 113. 배낭을 맨 뒷모습이 더 산꾼답게 느껴진다...
# 114. '돼지고기두루치기'(맞습니까?) 안주삼아...
# 115. 막걸리 한잔으로 산행의 피로를 푼다.... 임호빈님과 달아네는 차량회수관계로 입맛만 다실수 밖에....-_-;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고통이라... 음식 넘길만한 상태가 아니여서... 달아네의 소원성취를 위해 선녀님이 사주신 게토레이만
홀짝홀짝 마셔댔어.... 에고야...하지만...역시나 그것도 속에선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화장실을 들락날락~~~~~
두어번 화장실을 다녀오며 속을 비워내니....몸상태가 조금 좋아진것 같아, 네분은 이곳에 남고...호빈님과 차량회수에 나섰으니....
이 길이...지옥의 차량회수길이 되리란걸...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호출한 마천택시(갤로퍼)를 타고 전날 호빈님의 차를 세워둔
'추성리'로 향했어...
9. 힘겨웠던 산행만큼이나...아니 그 이상으로 고달펐던...기나긴 차량회수 스토리
추성리로 가는 도중...승용차로 성삼재에 올라가는것은 무리라는 기사양반의 말을 흘려 들으며 추성리에 도착...
호빈님의 차를 회수하니...차위에 소복히 쌓여 밤새 얼어붙은 눈을 치우는데도 꽤 긴 시간이 흘렀어... 호빈님의 차를 타고 성삼재 넘어
시암재 휴게소에 주차되어 있는 달아네의 88호를 구출(?)하기 위해 가는 도중 기사양반이 소개해준 허름한 카센터에서 먼지 수북히
쌓인 체인을 무려 4만원이나 주고 구입하니...흐미...피같은 내돈...-_-; 시중에서 20000~25000이면 구할수 있는 제품을...
폭설이 내린 시골에서 구입하자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 뭐... 5000냥만 깎아 달라고 하니 절대 안된단다....덴장~!!!
추성리를 출발하여 실상사 부근까지는 도로의 눈이 녹아 체인이 필요 없었지만...실상사를 지나 성삼재로 오르는 달궁계곡에 접어드니..
제설작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거북이 운전으로 조심스레 천천히 올라갔어...계곡길에 접어들었어도 초반 2~3km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기에 체인 없이 올라갔지만...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되니...어쩔수 없이 차를 갓길에 대고 우레탄 소재의 체인을 채우는
호빈님... 체인 채우는걸 첨 보는 달아네...신기하게 옆에서 바라볼뿐...어떻게 도와드릴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인데...
체인을 채우니...조금 안정감이 있고... 제법 차가 눈길을 박차고 올라가긴 하는데.... 성삼재로 오르는 길이 폭설로 인해 전면통제
되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어디를 가냐고 꼬치꼬치 캐묻고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매표소 아지매한테...호빈님이
'어제 산에 올랐다가 폭설로 내려왔는데 어쩌구 저쩌구~',
'원래 성삼재로 내려오기로 했는데 어쩌구 저쩌구~'
'반선에 차를 놔두었는데 회수하러 가는데 어쩌구 저쩌구~'
꼬치꼬치 캐묻는 아지매의 말에 혹시나 올라가지 못하게 할까 싶어 호빈님도 이리 저리 말을 바꿔가며 둘러대시는데..
내가 옆에서 들어봐도 무슨 말씀하시는건지 모를정도인데...아지매 역시...
'무슨 말씀 하시는지 도저미 못 알아듣겠어요... 그냥 통과하세요~'................룰루랄라...
매표소를 통과하고 나서...호빈님 왈....
'나도 내가 무슨 소리 했는지 모르겠어...'......^o^;
매표소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경사가 심해지니...체인을 했음에도 헛바퀴 도는 횟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달궁을 지나 100여 미터쯤
올라갔을때...아무리 용을 써도 더 이상 오를수 없는 곳을 만나...한계임을 확인하고 다시 달궁으로 내려와.... 혹시나 성삼재에
올라갈수 없으면 연락 주라던 기사양반에게 전화를 해서 달궁에 있으니 와달라고 하니...헐...
'바로 뒤에 있어요'
엥? 이 양반이 무슨 소리 하나? 분명 추성리에서 헤어지고 한참뒤에 우리가 출발했는데....바로 뒤에 있다니.... 그런데...놀랍게도...
정말 갤로퍼택시가 바로 우리 차 옆에 멈춰 서는게 아니겠어? 이 양반이 우리가 못 올라갈걸 미리 짐작하고 살살 뒤따라왔나?
알고 봤더니 우리 말고 또 한팀이 성삼재에 세워둔 차를 회수하러 가는 길이었어....마침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거지...
그쪽 일행이 세명이라 공간이 없었지만...흔쾌히 자리를 만들어 주어 뒷좌석에 올라타고 성삼재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뒷좌석에 네명이 타는 고생을 감수해주신 광주에서 오신 님들...고마웠습니다..)....신기하게도...체인을 채우고도 승용차가
올라가지 못하던 길을.... 체인도 채우지 않은 갤로퍼는 마치 평지를 달리듯 빠른 속도로 너끈하게 올라가더라구....
4륜구동, 4륜구동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그 능력을 두눈으로 확인한건 이번이 처음이었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가는 갤로퍼에 감탄하며...한편으론...성삼재에 가까워지며 제설작업이 전혀 되지 않아 도로에 수북히 쌓인
눈을 바라보며...이 길을...과연 88호가 내려올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데...
이윽고...성삼재에 도착...광주분들은 내리고...우리는 88호가 주차되어 있는 시암재로 좀더 내려가야만 했어...
성삼재에서 광주분들이 내리는 동안 잠깐 경험했던 칼바람때문인지 성삼재에서 시암재로 내려서는 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지는
않더라구.... 그래도 시암재에서 성삼재로 올라올땐 좀 수월하겠구나 싶어 안심하며 시암재 주차장에 도착....갤로퍼에서 내리니...
'휘~~~~~~~~~~~~~~~~~~~~~~~~잉~~~~~~~~~~~~~~~~~~~~~~~~~~~~~~~~~~~~'
소백산에서나 경험했던 엄청난 칼바람이 언제 이쪽으로 이사왔다냐.....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광풍이 몰아치는
시암재 그 넓은 주차장에 홀로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서 있는 88호가 왜 그렇게 안스러워 보이던지....
바람이 너무나 심해 몇번이나 바람에 몸이 떠밀리며 어렵사리 차에 도착하니...그 광풍속에 체인을 채워야 할 일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데...호빈님께서 초보운전자 달아네를 대신해 체인을 채워주시겠다니...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나려고 하네...T.T
앉아서 체인을 채우기도 힘들정도로 계속되는 광풍에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다시피하여 체인을 채우는 호빈님...
젊은 놈은...미친듯한 광풍에 반쯤 얼이 나가 호빈님 옆에 앉아 바람막이 역할을 할뿐.... 우측 바퀴에 체인을 채우고
좌측 바퀴에 체인을 채우는 순간....광풍이 체인 부속품이 든 비닐을 휙 날려버리는 거야.... 다행히 차앞에 설치된
그물망같은 펜스에 걸렸기에 망정이지...하마터면...체인없이 꼼짝없이 시암재에 갇힐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어...
엉금엉금 기어 펜스에 걸려 다시 도망치려는 비닐을 잡아채어..안을 살펴보니.고리의 상당수가 날라가버렸더라구.... 어쩔수 없이
반대편 바퀴에서 고리 몇개를 빼내어 좌측 바퀴엔 단 4개의 고리만으로 체인을 고정하는 응급처치를 하고....차안으로 들어오니..
영하 20도는 되리라 생각했던 기온은 겨우 영하 6도 정도였어...하지만...바람때문에 어찌나 떨었던지...차안에서 몸을 녹이다
밖으로 나가 앞유리를 덮은 눈을 바람에 휘청거리며 힘겹게 걷어 내고.... 시암재 휴게소를 출발...성삼재로 향했어...
아무래도 달아네보단 눈길운전에 경험이 많은 호빈님이 운전대를 잡고서 시암재를 출발해 경사가 급하지 않은 초반
200여미터는 그럭저럭 올라갈수 있었어....'야...88호..힘 좋네...'하며 말이야... 하지만...역시나...이넘도 승용차이긴 매 한가지...
그다지 경사가 급하지 않은데도 바퀴가 헛돌더니...기어코...승용차로써는 더 이상 올라갈수 없는 4차원의 벽에 부딪혔어...
이곳만 어떻게 넘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후진했다가 탄력을 받아 올라가려 해도....똑같은 곳에서....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그때 문득....성삼재로 올라오는 택시안에서...그저 우스개 소리처럼 들었던 기사양반의 이야기가 생각났어...
'택시 기사들은 경사진 눈길에서...체인을 채우고도 올라가지 못할때 종종 편법을 쓴다 아닙니까... 기어를 1단에 놓고
잽싸게 내려서 택시 뒤에 가서 밀어서...차가 움직이면...다시 잽싸게 뛰어올라가 차에 올라타고......뭐...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만약 한사람이 운전을 하고 다른 사람이 밀 경우...미는 사람이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잘못해서 뒤로 미끄러지면...큰일나거든요..'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며 우스개 소리처럼 한귀로 흘려 버렸는데....어쩔수 없지....밑져야 본전....
한번 시도나 해봐야지 머... 차에서 내려 여전히 헛바퀴를 돌고 있는 88호를 힘껏 밀어주자....놀랍게도...거짓말처럼...
88호가 쑤~욱 앞으로 나아가는거야...신이 나서 더욱 더 힘차게 밀어 올리니...탄력을 받은 88호... 힘껏 뛰어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휘~융 올라가버리니 50여미터를 차를 따라잡으러 뛰어가다 결국 따라잡지 못하고......
'호빈니~~~~~~~ㅁ.......저를 버리지 마시와요~~~~ -_-;'
다행히 소리를 들으셨는지 멈춰 선 88호에 다시 올라타고는...다시 성삼재로 향하려는데...어라....멈춘 곳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다시 헛바퀴만 도는 거야...
'달아네....한번 멈추면...또 못 올라갈것 같으니까.... 천천히 올라갈테니 재주껏 올라타라구...'
-_-;......별수 있나....다시 내려서....힘껏 밀어 올린 다음...천천히 올라가는 88호를 온 힘을 다해 따라잡아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날려 자리에 앉으니........지금 생각해 보니....한편의 영화로다.....호빈님이 카메라 가져왔냐고 물어보신다...
안가져왔다고 하니...
'이런걸 찍어둬야 하는데.... 우리가 이 고생하며 차량 회수한거 정말 아무도 모를거야...아마...우리가 무사히 백무동으로
돌아가서...여차저차 해서 고생고생하며 차량을 회수했다고 해도....'아...그래...고생 많았구나...'....그냥 이정도로만 생각할거야....'
(다른분들은 모르겠고...우리들의 차량회수 과정을 선녀님께 설명하니....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는...-_-;)
이제 성삼재가 코앞이고 우측 사면 위로 성삼재 휴게소 건물이 보이는데.... 또다시 88호가 힘들어 하기에 다시 차에서 내려
뒤에서 밀어보는데....허거.....이번엔...꼼짝도 하지 않는거야...오히려 조금씩 차가 뒤로 밀리며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며...온힘을 다하는데도....88호는 꼼작도 하지 않고... 어쩔수 없이 후진으로 10여미터를 내려와 다시 밀어 올리며 겨우겨우
마지막 난코스를 통과하여...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는 차를 온힘을 다해 겨우겨우 따라잡아....조수석에 몸을 날리는 영화 한편
더 찍고 나서야....성삼재 고갯마루에 도착할수 있었어....
난 사실...시암재에서 성삼재로 올라가는것보다 성삼재에서 내려가는 걸 더 걱정했는데.... 체인만 있으면...내려가는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네....
'차가 새차라서 그런가? 그리고...체인이 내것보다 더 잘 잡아채는 느낌이네.....'
호빈님 말씀대로...내가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88호는 단 한번 살짝 미끄러진걸 빼고는 호빈님의 차량이 세워져 있는 달궁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어... 달궁에서 달아네가 88호의 운전대를 잡고...호빈님이 앞서고 내가 뒤따르며 달궁 계곡을 거의 다 빠져
나올 무렵.... 다시 한번 영화같은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니........갑자기 앞서가던 호빈님의 차가 스핀을 먹더니 빙글빙글 돌다가
우측 배수로로 떨어지기 직전 가까스로 멈춰서는거야...10cm만 더 미끌어졌다면...배수로에 떨어졌을거야....
나도 놀랐지만...호빈님 본인은 얼마나 놀라셨겠어.... 호빈님 차에서 멀찍이 뒤에 조심스레 차를 대고 내려 호빈님에게로 가니...
차에서 내려 놀란 표정으로 차를 확인하는 호빈님...
'빙글 빙글 도는 순간에.....제발 배수로에 빠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었어.................'
배수로에 빠졌다면...렉카를 불러서...차를 빼고..여차저차......아마 우리들 그날 집에 못갔을거야.... 천우신조로... 사고를 면하고..
마침내...달궁계곡을 빠져나와 실상사 부근에서 체인을 빼려고 차를 멈추니... 꼼꼼하게 장착했던 호빈님 차량의 한쪽바퀴에
체인이 보이지 않는거야.... 아마도... 스핀을 먹었던 그 순간에...체인이 빠지면서...스핀을 먹지 않았나 짐작만 할뿐....다시
체인을 찾으러 가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채...남은 한쪽 바퀴의 체인을 풀고, 역시 호빈님의 도움을 받아 88호의 체인을 풀고
출발....갖은 우여곡절을 겪고....천신만고끝에....다시 백무동에 도착했을땐...백무동에서 출발한지 무려 4시간이 지난 1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어....
백무동에 도착...식당안에 들어서니....헐~~~ 네분의 뒷풀이는 그때까지 이어진듯...탁자위에 빈 소주병이....하나, 둘, 셋, 넷....도대체
몇개야? 탁자 아래엔...달아네가 꺼내드린 소주PT병이 뒹굴고 있고....막걸리를 담아낸 단지(?)도 세번이나 왕복했다 하니....
우리가 들어서니 반기는 분은... 식당 아지매...
'그만 좀 드시라 그래....너무 많이 드신것 같은데....'
여차저차(밝힐수가 없습니다..-_-;)하여 'OO'님(도저히 밝힐수 없음...)이 땡깡부리고 애를 먹이는 바람에(임호빈님 표현을 그대로
빌려왔습니다..) 출발이 늦어져 바깥에서 한참을 떨다가 20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백무동을 떠나 집으로 출발할수 있었어...
# 116. 카메라를 두고 갔더니...소주한잔님께서 여러장 찍어 놓으셨다...걔중에...참...올리기가 거시기한 사진은 빼고... 상태 좋은
사진들만 올려봅니다... 절대 술이 취하시지 않으실것 같은 '은산'님...
# 117. 대간 첫 산행...우려(?)했던 것보다 무리없이 해내신 '하늘재선녀'님...우려하던 달아네가 우려의 대상으로 전락할 줄이야..-_-;
# 118. 그리고...'해선(달빛천사)'님...
# 119. 식당에서 나와...집으로 출발직전...처녀, 총각끼리(?) 셀프샷~!!!
여담으로...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이 사진을 찍기 직전에야... 비로소 카메라 설정에서 감도를 1000으로 놓고 찍었음을
알게 되었다....후회한들 어쩌랴..................
# 120. 지리산 식당을 떠나며.... 'OO'님이 땡깡부리고 애먹이던 장면을 담은 유일한 증거사진~!!! ^o^;
집으로 향하는 길은...대간길 못지않은 힘든 길이었어... 첫날은 운전하느라...둘쨋날 산장에선 장염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기에
이틀 동안 밤을 샌 달아네의 눈꺼풀이...88고속도로에 올라서자마자 무거워지기 시작하는거야.. 고속도로에서 나와 거창을 지나 김천으로
가는 길엔...너무나도 졸려...순간적으로 몇번이나 깜빡하곤 하다 정신을 차리며 스스로 몸서리치다...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갓길에 차를
대고 눈을 붙였어...얼마나 지났을까.....지나가는 차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나니...순간...'내가 왜 자고 있지? 설마 내가 운전하다
잠이 든건가?'하는 생각이 들어 섬�했지만...'아...맞아...졸려서 차를 갓길에 댔었지...'....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김천을 지나 상주 시내로
들어서기 직전...집이 지척임에도...또다시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항복하고...10여분 눈을 붙이고.... 출발...상주에서 점촌으로 이어지는
4차선 3번국도를 허벅지를 꼬집고, 볼따구를 꼬집고, 눈을 비벼가면서도...여러번 깜빡깜빡하며 주행선과 추월선을 오가며...
가까스로 선녀님 차를 주차해둔 공설운동장에 도착...어지간하면...선녀님 차는 이곳에 놔두고 선녀님을 하늘재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은데..
도저히...잠귀신을 떨쳐낼수 없고...백무동부터 참아온 복통이 도져...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선녀님 짐을 선녀님 차로 옮겨주고...
죄송스럽게도...선녀님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어린눔이 먼저 출발하여....집에 도착하자마자.....화장실로 직행...
'좌~~~~~~~~~~~~~~~~~~~~~~~~~~~~~~~~~~~~~악~~~~~~~~~~~~~~~~~~~~~~~~~~~~~~'
이로써 파란만장했던...달아네의 두번째 백두대간 종주 첫 출정은...이렇게 막을 내린다...
(함께 해주신 은산님, 임호빈님, 소주한잔님, 하늘재선녀님, 해선님...제가 좀 고생스럽긴 했지만...함께 한 산행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후일담 하나...집에 돌아온 후에도 삼일동안....화장실을 안방 드나들듯 드나드니...몸무게가 무려 6kg나 줄었더군요...-_-)
'[백두대간] > 2차 백두대간종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삼재~여원재]-'홀로 가는 대간꾼은 정말 위대하다' (0) | 2007.11.07 |
---|---|
[늘재~밀재]-'폭염주의보에 굴복, 결국 대야산을 넘지 못하다.' (0) | 2007.09.04 |
[죽령~비로봉]-'백두대간 초특급호텔에서의 정겨운 하룻밤' (0) | 2007.07.04 |
[연하천~성삼재]-'홀로 산꾼들이 '떼'로 모인 이유는?' (0) | 2007.06.16 |
[장터목~연하천]-'장지질땐 지지더라도 볼건 봐야지!' (0) | 2007.06.16 |